“지금 몇시지?” 손목 위의 보석 뽐내고 싶어라

입력 2010-07-30 17:46


다시 주목받은 손목시계

지금 시계를 차고 계신지? 요즘 누가 시계 찹니까? 모바일 폰에 우리나라 시간 뿐 아니라 세계 각국 시간이 다 있는데? 정말 그럴까.

시계가 시간을 알려 주던 기능에서 패션 아이템으로 변신하면서 수요는 오히려 늘었다는 게 시계 판매자들의 전언이다. 신세계 현대 롯데 갤러리아 등 대형 백화점들은 최근 시계 수요가 급증하자 앞다퉈 시계 전문 매장을 열고 있다. 시간을 알기 위해 시계를 찰 때는 1개면 충분했지만, 멋을 내기 위한 패션 소품이 되면서 한사람이 여러 개의 시계를 갖게 됐다. 자연히 매출도 늘어났다. 노출의 계절인 여름에는 시계의 인기가 더욱 높아진다.

다양한 아이디어와 섬세한 터치로 ‘홍보 업계 미다스 우먼’으로 불리는 커뮤니크 신명 대표는 “한 30개 갖고 있으면서 TPO(time place occasion·시간 장소 경우)에 맞춰 찬다”고 했다. 정부기관 관계자를 면담할 때는 여성스러우면서도 격식을 갖춘 스타일을, 패션 브랜드 관계자를 만날 때는 튀는 디자인을 고른다는 것.

“체격이 큰 편이어서 주로 다이얼이 큰 남성용 시계를 많이 찹니다.” 신 대표는 시계도 튜닝을 한다고 했다. 메탈 밴드의 남성용 시계를 구입해 밴드만 좋아하는 색상의 가죽 밴드로 바꾼다는 것. 그가 시계를 많이 갖게 된 것은 자신에게 주는 격려의 선물로 시계를 구입하고 있기 때문. “비즈니스가 잘 됐을 때, 튼튼한 몸과 마음으로 마흔을 맞았을 때. 이런 때 시계를 삽니다.”

멋 부리는 여성들만 그런 건 아닐까. 신 대표는 손사래를 친다. “남편도 10개 이상 있고, 남자 선배 중에는 수십 개를 갖고 계신 분도 있다”고 했다. 신 대표가 소개한 이는 서비스업계 최고의 신사로 꼽히는 그랜드 하얏트 서울 구유회 부장(식음료 부문). 구 부장은 “전에는 많았는데 조카들이 갖고 가기도 하고, 최근에는 바빠서 구입하지 못해 지금은 30개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30개밖에라고? 근무복이 검정 정장에 흰색 드레스셔츠다보니 변화를 줄 수 있는 게 보타이, 커프스버튼, 시계뿐이기 때문이라고 구 부장은 변명 아닌 변명을 했다. 그는 여름에는 메탈 밴드, 나머지 계절에는 가죽 밴드를 주로 차고, 주초에는 격식을 갖춘 디자인, 금요일부터는 캐주얼한 스타일을 선택한다고 했다.

실제로 시계 매출증대에 기여하고 있는 것은 남성들. 현대백화점 류제철 바이어는 “전통적으로 자동차에 열광하던 남성들이 패션에 눈을 뜨면서 명품시계를 액세서리로 착용해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갤러리아 명품관은 지난해 남성용 시계 전문매장까지 마련했다.

시계가 패션 아이템이 되어선지 시간이 정확한 쿼츠시계보다는 약간의 오차가 있을 수밖에 없는 기계(오토매틱)시계가 인기가 높다. 기계시계는 태엽을 감아서, 쿼츠시계는 전지로 작동한다. 기계시계의 꽃으로 불리는 투르비용, 최신기술로 꼽히는 퍼페츄얼 캘린더 기능 등은 기계시계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고안된 장치들이다. 투르비용은 중력의 영향 때문에 생기는 시간의 오차를 보완하기 위한 장치로 1795년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가 개발했다. 브레게 브랜드는 지금도 최고가 시계다. 물론 기계시계라고 해서 이런 장치를 다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 덴마크 시계 브랜드 스카겐을 수입판매하고 있는 임석훈씨는 “투르비용은 다 만들어진 부품을 조립하는 데만 24시간이 걸릴 만큼 정교한 장치”라면서 “투르비용을 장착한 고급 수제 시계 중에는 70억원이 넘는 것도 있다”고 귀띔했다. 퍼페츄얼 캘린더 기능은 윤달을 반영하지 못해 생기는 오차를 보완해주는 장치. 쿼츠시계는 100년 정도의 달력이 입력된 IC칩이 장착돼 있어 오차가 없다. 이밖에 기계시계에는 1초까지 세밀하게 나누어 정확한 시간을 측정할 수 있는 크로노그래프, 달의 주기를 표시해주는 문페이즈 등의 장치들도 있다.

기계시계 인기가 급상승하자 스포츠시계도 오토매틱으로 나오고 있다. 쿼츠시계를 주로 내놓던 티쏘는 올 하반기 최고급 기계시계 스포츠 라인을 내놓는다. 예물시계로 명망이 높은 롤렉스도 잠수전문 기계시계 서브마리너를 하반기 선보인다. 그동안 보석을 장식한 쿼츠시계에 만족했던 여성들도 기계시계에 눈을 돌리면서 다양한 기능을 갖춘 여성용들이 나오고 있다. 오메가는 기계시계에 다이얼을 보석으로 장식한 뉴 컨스텔레이션 주얼리 워치를 가을 신상품으로 준비하고 있다. 패션시계의 대명사로 불리는 스와치도 기계시계를 내놓고 있다. 스와치의 크로노 오토매틱 콜렉션은 40만원대. 수백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기계시계에 비해 저렴한 편이어서 기계시계 입문자들에게 안성맞춤.

마침 최고급 기계시계전시회가 열린다니 관심 있으면 한번 찾아보자. 스위스 시계 제조 및 주얼리 브랜드인 피아제는 8월 7일부터 12일간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동관 지하 1층 피아제 매장에서 뚜르비용 시계 컬렉션을 전시한다. 시가 25억2650여만원짜리 ‘엠퍼라도 시크릿 워치’, 전세계에 단 1점밖에 없는 7억여원짜리 ‘파리-뉴욕 컬렉션’ 뚜르비용 렐라티프 시계 등 13점이 소개된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