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과학이야기] 인간 질병·노화 연구에 딱이네… 형질전환 마우스 ‘귀하신 몸’
입력 2010-07-30 17:45
1960∼70년대 ‘쥐잡기의 날’까지 만들어 박멸하려 했던 쥐들이 이제는 귀한 몸이 됐다. 일정한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는 안락한 곳에서 영양분이 골고루 갖춰진 음식물을 받아 먹는다. 신선한 공기가 24시간 공급되고, 제공되는 물까지 멸균 처리 과정을 거친다. 모든 쥐들의 얘기는 아니고, 각종 실험실에서 살아가는 실험용 쥐 얘기다.
인간 질병 연구를 위해 쓰이는 실험용 쥐, 일명 ‘마우스(mouse)’는 연구 과정에서 외부 변인을 완벽히 차단하기 위해 이러한 호사를 누리며 산다. 특히 최근 ‘귀하신 몸’이 ‘유전자변형마우스(GEM·Genetically Engineered Mouse)’이다. 특정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변형시킨 쥐로, ‘형질 전환 마우스’로도 불린다. 쥐는 번식력이 아주 강하다. 출생한지 6∼7주가 지나면 임신할 수 있고, 임신 기간이 20일로 짧은 편이다. 또 한 번에 6∼12마리를 출산할 수 있으며 수명은 최대 3년이다.
연세대 생명시스템대학 이한웅 교수는 “마우스의 게놈(유전체) 크기는 인간과 비슷하며 유전자 구조는 약 40%가 사람과 동일하고 약 80% 이상이 사람 유전자와 같은 기능을 하면서 약간만 다른 구조로 형성된 것임이 알려지면서 마우스는 암이나 당뇨병, 비만 등 인간 질병과 노화 연구를 위한 가장 효율적인 동물 모델로 부각됐다”고 말했다.
1982년 미국의 R. 팔미터와 R. 브린스터 박사가 세계 최초로 형질 전환 마우스를 생산했다. 아연에 의해 성장 호르몬을 많이 분비하도록 조절한 유전자를 수정란에 이식한 후 탄생한 그들의 마우스는 아연을 먹였을 때 정상 보다 훨씬 몸집이 컸고 체중도 많이 나갔다. 1994년 미국 록펠러대 J. 프리드만 교수는 ‘Ob’라는 유전자를 없애버린 마우스를 생산했고 이 쥐가 정상 쥐보다 2배 이상 비만하다는 걸 발견했다. 이는 비만이 나태나 식성의 문제가 아니라 유전적인 문제라는 사실을 확산시키는 데 공헌했다. 프리드만 교수는 ‘앰젠’이라는 제약회사에 2000만 달러나 주고 마우스 특허를 양도했다. 일본 국립암센터가 1980년대 개발한 암질환 유발 유전자변형 쥐 ‘rasH2’는 한 마리 값이 최고 100만원이었다. 건강한 일반 실험용 생쥐는 1만원 안팎이다.
이처럼 유전자변형 마우스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주목 받으면서 미국과 유럽 등은 국제 컨소시엄을 구성해 유전자변형 마우스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교육과학기술부도 향후 6년간 210억원을 투자해 ‘한국산 유전자변형 마우스’ 생산 및 연구기반 구축에 나서기로 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