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조기 은퇴’하는 이동원 목사, “강단에서 내려와 더 많이 섬기기 위해 떠납니다”
입력 2010-07-30 18:32
오는 12월이면 지구촌교회 이동원(65) 목사가 40여년의 목회를 공식적으로 내려놓는다. 수년에 걸쳐 피력해 왔던 ‘조기 은퇴’가 비로소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최근 만난 이 목사는 모든 것을 떠나는 사람처럼 굉장히 홀가분해 보였다. “전혀 후회하지 않습니다. 사역을 안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일을 하기 위해 은퇴하는 겁니다. ‘어차피 해야 할 은퇴라면 조금이라도 빨리 해야 한다, 그래야만 한국교회를 더 많이 섬길 수 있다’는 게 제 소신이었습니다.”
이제 5개월 뒤면 지구촌교회 담임목사의 타이틀을 떼야 하는 이 목사는 미련도 집착도 없다고 했다. 오히려 기쁘다고 했다. 그는 “은퇴 후에도 달라지는 건 없다”며 “단지 기관이나 조직의 장으로서 책임을 내려놓는 것”이라고 밝혔다. 사역의 내용이나 장소는 달라지지만 마인드에는 변화가 없을 거라는 얘기다.
이 목사는 올 12월 은퇴하지만 내년 1월부터 3년간 설교 목사로서의 지위는 유지한다. 후임 진재혁(미국 비전교회) 목사와 수지와 분당 지구촌교회 설교를 각각 맡기 때문이다. 이 목사는 이를 ‘설교 멘토링’이라고 표현했다. 이 목사는 “급격한 리더십 이양은 공동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기에 자연스런 이양이 좋다고 해서 그렇게 한 것이다. 진 목사가 원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최고의 설교가’ ‘설교의 달인’ 등 이 목사에겐 설교와 관련해 수많은 별명이 따라붙는다. 설교를 빼놓고는 이 목사를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설교는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이 때문에 신학자와 목회자들은 지구촌교회의 성장 원인 역시 이 목사의 설교로 꼽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목사는 자신의 설교가 아니라 지구촌교회의 시스템을 지목했다. 그는 “우리 교회는 어린이부터 장년부까지 교육시스템이 탄탄하게 잘 갖춰져 있다”며 “셀과 함께 이 같은 교육시스템이 지구촌교회 성장의 근본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이 같은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이상 지구촌교회는 내가 없어도 전혀 흔들릴 교회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 목사에게 목회는 뭘까. “사람을 사랑하고 세우는 일입니다. 목회를 성공이라는 잣대와 평판으로 보게 되면 스트레스가 되지만 사람을 세우는 데 초점을 맞추면 목회만큼 즐거운 일이 없습니다. 단지 저에게 목회가 힘들었던 이유는 제가 조직이나 행정에 은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요즘 한국교회 강단에 대해서도 따끔한 질책을 잊지 않았다. 깊이가 없다는 것이다. 이 목사는 “예전엔 설교를 준비할 때 자료가 없어서 전적으로 묵상에 의존해야 했는데 지금은 자료가 넘치다 보니 설교를 짜깁기하는 경향이 많다”며 “그러다 보니 설교의 깊이가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주목받는 인기 목회자지만 그는 정작 “인기는 내가 좋아하지 않는 단어”라고 일축했다. “한번도 인기를 위해 노력해본 적이 없다”는 그는 “난 그냥 자연스러운 게 편안한 자유인”이라고 말했다.
지난 목회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나 자신의 부족함입니다. 나 자신을 다루는 셀프 매니지먼트(자기관리)가 부족했습니다. 교인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킬 수 있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힘들었던 면이 있었습니다.”
이 목사는 앞으로 지구촌교회 소유의 경기도 가평 필그림하우스에서 목회자 대상 리더십 및 기도·영성훈련에 주력할 예정이다.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