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의 양심’ 투투 주교 은퇴

입력 2010-07-30 18:36

‘남아공의 양심’으로 불리는 데스몬드 투투(78) 케이프타운 명예 대주교가 오는 10월 7일 자신의 79번째 생일을 계기로 모든 공적인 삶에서 공식 은퇴할 것이라고 최근 밝혔다. 그동안 가족과 함께 보내거나 독서, 기도와 사색 대신 너무 많은 시간을 공항과 호텔에서 보냈다는 게 이유다.

1960년 성공회 성직자가 된 이후부터 그는 94년 남아공 인종분리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가 폐지될 때까지 기나긴 싸움을 벌였다. 하지만 철저한 기도와 화해를 앞세웠다. 그는 매일 아침 1시간 정도 중보기도를 했다. 기도 요청자들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적대적이었던 사람들을 위해서도 기도했다.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했다. 때로는 내각 장관들에게도 일일이 전화해 설득하고 꾸짖기도 했다. 이 같은 담대함과 지혜는 모두 기도에서 나왔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설명이다.

최근엔 넬슨 만델라, 지미 카터, 코피 아난 등 정치인과 여성 리더들로 구성된 엘더스(The Elders)의 의장을 맡아 팔레스타인을 비롯해 르완다, 버마 등 지구촌 구석구석의 정의와 자유를 위해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바쁜 일정 때문에 그의 기도처는 교회를 넘어 승용차 뒷좌석, 공항 라운지, 비행기 좌석 등 그가 머무는 모든 곳으로 바뀌었다.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은 “투투 대주교는 항상 목소리 없는 자들의 목소리로서 일해 왔다”고 말했다.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