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현대그룹 대출 회수”… “재무개선 약정 거부 더 이상 편의 못봐줘”

입력 2010-07-29 21:52

재무구조개선 약정 문제를 둘러싼 채권단과 현대그룹 간 갈등이 결국 법정 싸움으로 번지게 됐다. 채권단이 현대그룹 대출을 회수하기로 의결하자 현대그룹은 즉각 소송을 내겠다고 반격했다. 채권단과 기업이 재무 약정 체결을 두고 법정 다툼을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그룹의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29일 현대그룹(금융계열사 제외)의 대출 만기를 연장해 주지 않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대그룹은 다음달 2일부터 채권은행으로부터 빌린 대출의 만기가 돌아오는 대로 바로 갚아야 한다. 지난 8일 현대그룹에 대한 신규 신용공여를 중단한 이후 두 번째 제재조치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약정 체결을 거부하고 있어 더 이상 편의를 봐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은 이에 효력금지 가처분신청과 함께 채권단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다음주에 제기하기로 했다. 또 채권단을 ‘불공정한 집단 거절 행위’ 명목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에 주채권은행 변경도 요구할 예정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채권단이 현대그룹 실적에 대한 정확한 분석 없이 과도한 처사를 계속하고 있다”면서 “더 이상 법적인 조치를 미루기 어렵다”고 말했다.

올해 만기 예정인 현대그룹의 여신은 4000억∼5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현대그룹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이 1조∼1조5000억원 규모이기 때문에 당장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는 유동성 악화로 인한 타격이 예상된다.

재무구조개선 약정 제도는 1998년 만들어진 이후 41개 대기업에 적용됐으며 단 한 차례도 거부된 전례가 없다. 현대그룹과 마찬가지로 해운업체를 주력계열사로 보유한 한진그룹도 지난해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에 반대했지만 다른 기업과의 형평성 문제 등으로 결국 약정을 맺었었다.

금감원 기업금융개선국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어 우려스럽게 바라보고 있다”면서 “특별히 다른 조치를 생각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강준구 최정욱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