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손수호] 三伏에 개를 사랑하는 방법
입력 2010-07-29 19:21
버스를 타고 가던 중에 반대편 버스 옆구리에서 눈에 익은 글귀를 읽었다. “고마 무라, 많이 묵었다 아이가?” 영화 속편이 나왔나, ‘친구’를 뮤지컬로 만들었나? 카피 밑에 있는 작은 글씨를 보고는 친구가 ‘개’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친구를 잡아먹지 맙시다. 개는 인간의 가장 오래된 친구입니다.”
캠페인을 하는 단체는 사단법인 카라(KARA:Korea Animal Rights Advocates). 같은 이름의 걸 그룹만큼 활동이 역동적이다. ‘동물과 함께하는 따뜻한 세상’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복날 인사동에서 개와 사람이 함께 걷고, 세계 11개국 단체와 연대해 ‘Stop Killing Dogs’ 탄원운동을 편다. 일관된 주장은 개 식용이 문화나 전통이 아니라 개와 사람 간 신뢰의 문제라는 것이다.
개그맨 전유성씨가 기획한 ‘개나소나 콘서트’도 복날에 돋보인다. 작년에 소싸움으로 이름 난 경북 청도에서 장난처럼 시작한 행사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자 올해는 규모를 더 키워 다음달 8일 말복날 오후 6시 청도군 야외음악당에서 음악회를 연다. 애완견과 입장하면 71인조의 아모르 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밴드 ‘사랑과 평화’가 연주하는 공연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레퍼토리는 개들의 새로운 미래를 축하한다는 의미에서 드보르자크의 ‘신세계’를, 복날에 개들이 기죽지 말고 고개를 들라는 뜻에서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 등을 골랐다. 전씨는 “이번 ‘개판’은 살아남은 개들에게 바치는 음악회”라며 “지난해만 해도 연주 중에 개들이 짖는 등 청중으로서 열렬한 호응을 보냈다”고 익살을 섞어 말했다.
복중에 상영되는 영화 가운데는 ‘마음이2’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다. 영리한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 ‘마음이’가 막내새끼 ‘장군이’를 훔쳐간 도둑들을 혼내면서 구출해 내는 이야기다. 도둑들이 설치한 덫을 피하는 장면, 주인의 어깨에 목을 척 걸치고 포옹하는 모습에서 충직한 반려동물의 매력을 볼 수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복날은 찾아오고 수많은 개들이 희생되고 있다. 초근목피하던 시절의 보양식을 영양과잉시대에 고집할 수는 없는 일. 개 키우는 사람이 1000만 명에 이르렀으니 초복에서 말복까지 삼복 20일을 ‘개를 생각하는 시즌’으로 정함이 어떨까. 한자 ‘伏’을 사람이 개 잡아먹는 모양이 아니라, 사람과 개의 행복한 공존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하면 가능하지 않겠나.
손수호 논설위원 nam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