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시대의 원자력발전] 2050년 24%까지 늘 듯… 민간 투자 유도 과제

입력 2010-07-29 21:44


4. 원자력발전, 얼마나 확산될 수 있나

원자력발전의 찬반 입장과 논리는 다양하다. 오해를 바탕으로 극단적 의견을 갖게 된 경우도 많다. 원자력 발전의 장단점과 한계를 분명하게 인식해야 그 역할과 향후 전망을 제대로 살펴볼 수 있다.

◇원자력발전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원자력발전의 위험성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과장돼 있다. 옛 소련 체르노빌발전소 핵 누출 사고는 31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각종 암의 확산을 비롯한 많은 후유증을 남겼다. 미국과 일본 등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사고도 원자력발전이 위험 무풍지대는 아님을 말해준다.

사실 원전의 위험이 석탄 채광, 석유의 해상운송 등 다른 에너지 이용에 따른 위험에 비해 결코 높은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원전의 위험은 더 크게 부각되는 경향이 있다. 자동차가 비행기보다 사고 확률이 훨씬 높은 교통수단인데도 비행기의 위험성이 더 높은 것처럼 인식되는 것과 비슷하다. 비행기 사고는 한 번 발생하면 수십, 수백명이 사망하는 대형사고다. 사람들은 사고 빈도보다는 강도에 주목한다.

원자력발전의 경제성이 높다는 주장은 과연 타당한가. 원자력발전의 연료가 되는 우라늄 1g은 석탄 3t, 석유 9드럼이 내는 에너지와 같다. 100만㎾급 발전소를 1년 동안 운전하려면 석유 150만t이 필요지만 우라늄은 20t이면 충분하다. 원전 연료는 수송과 저장도 쉽다. 지난해 원자력발전백서에 따르면 에너지원별 판매단가는 원자력이 kwH당 39원으로 유연탄 51원, 유류 192원, LNG 164원, 수력 134원보다 월등히 싸다. 생산원가도 비슷하다.

그렇지만 원자력발전에는 숨겨진 비용이 많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 비용은 산정 자체가 불가능하다. 아직 어떤 나라도 고준위 방폐장을 운영한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고압 송배전선을 설치·확충하고, 원전에 부수적인 양수발전소를 건설하는 데 드는 비용은 갈수록 급증한다. 주민 민원과 환경훼손도 불가피하다.

◇원자력발전, 어디까지 확산될 수 있나=원전은 긴 건설기간, 막대한 투자비용,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성장의 한계 등 뚜렷한 단점을 가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원자력청(NEA)이 올해 함께 발간한 ‘원자력의 기술 로드맵’의 블루맵 시나리오에 따르면 전력원으로서 원자력발전의 비중은 현재 14%에서 2050년 24%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전 세계 원전시설용량은 370GW에서 1200GW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장밋빛 청사진에는 중대한 장애물이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 만난 OECD와 NEA 관계자들은 의외로 원전산업의 불확실성에 대한 민간부문의 우려와 망설임이 원전산업 확대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기업에는 원전에 대한 투자가 지닌 정치적 부담, 각종 규제, 건설과정에서의 위험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앞으로 10여년간 원자력발전 확산의 장애는 주로 정책·산업·금융 관련 과제다. 제 시간 안에 정해진 재원으로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할 능력을 보여주는 것, 각국 정부가 원자력에 대한 분명하고 일관된 정책 의지를 보여주는 것, 필요한 법·제도적 틀을 갖추는 것, 정책결정 과정에서 국민에게 국가에너지전략상 원자력의 역할을 잘 납득시키는 것, 사용 후 핵연료(고준위 방폐물)의 심지층 처분장 설립계획을 조속히 실행하는 것 등이다. 요시무라 우치이로 NEA 안전·규제담당 부국장은 “심지층 처분이 기술적으로는 이미 상용화 단계지만 일반인이 수용할지는 숙제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환경운동 진영과 유럽 대부분 국가들은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를 대체해야 하며 원자력발전은 금기의 대상이거나 기껏해야 공급이 불안정한 재생에너지의 보완적 수단으로 본다. 특히 최근에는 원자력을 ‘브리지 에너지(Bridge Energy·화석연료와 재생에너지를 잇는 가교)’로 보는 경향이 있다. 재생에너지는 본질상 공급이 간헐적이고, 세계적으로 발전원 비중이 2.5% 정도다. 원자력은 신·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를 대체하기 전까지 의존해야 할 교량 역할의 에너지라는 것이다.

원자력발전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원전의 숨은 비용을 어떻게 드러내 공적 논의를 이루고, 이를 바탕으로 현실적이면서 사회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느냐가 과제다.

파리=글·사진 임항 환경전문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