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 재보선 이후] 이재오 귀환… ‘바뀌는 與 권력지형’ 계산 바쁜 주류

입력 2010-07-29 21:51


이재오 당선자의 여의도 컴백으로 여권 내 권력지형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180석에 달하는 공룡 여당에 ‘현 정권의 제2인자’라는 새 구심점이, 그것도 지도부 밖에 생겼기 때문이다. 그동안 당 안팎을 장악하고 있던 친이상득계와 새 지도부로서는 이 당선자의 등장이 달갑지만은 않은 분위기다. ‘미래 권력’으로 불리는 박근혜 전 대표와의 관계 역시 잠재적인 화약고다.



하지만 당장 내부 갈등이 표면화되진 않으리란 관측이 많다. 한나라당도 일단 이명박 대통령의 친서민 정책 드라이브를 뒷받침하고 당내 화합에 힘을 쏟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이재오, 낮은 행보 천명=이 당선자는 29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무성 원내대표가 “아이고, 정말 고생 많이 하셨다”고 와락 포옹하며 반겼다. 이 당선자는 “당이 지도부를 중심으로 난제를 풀어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당이 되는데 당원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말했다. 안상수 대표는 “(이 당선자는) 평당원이니까 대표 말을 들어야 한다”며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이 당선자는 8월까지 지역에 머물며 조용한 행보를 할 계획이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나 때문에 갈등이 일어날 일 없고, 갈등 요인을 제공할 일도 없을 것”이라며 “서민이 어려우니 친박이든 친이든 서민경제를 살펴야 하고 정치적으로 계파 싸움을 할 일은 없다”고 말했다.

◇여권 주류 복잡한 속내=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당장 이상득계와의 관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대해 이상득계 핵심 의원은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은 경제, 자원 외교 등에 올인하고 있고 이 당선자는 정무적인 기능이 강한 분”이라며 “두 사람이 가는 길이 다르기 때문에 충돌할 이유가 별로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당 사무처 직원 인사가 발표되자 당장 ‘이 전 부의장과 가까운 지도부가 이 당선자의 영향력이 커지기 전에 서둘러 인사를 했다’는 얘기가 돌았다. 의원급 당직자 인사가 나기 전에 사무처 인사를 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데다 17대 대통령 경선 과정에서 중립을 지키며 이 당선자와 거리를 뒀던 인사들이 대거 중용됐기 때문이다.

이 당선자와 신임 지도부의 관계 설정도 관심이다. 비주류 인사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안 대표 입장에서는 이 당선자의 등장이 도움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안 대표 측의 한 의원은 “안 대표가 필요할 때 이 당선자의 의견을 묻는 식으로 존중하면서 서로 협조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이 당선자가 지도부가 결정한 사안에 의견을 표시할 상황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거나 이 당선자를 지지하는 의원들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경우 당 지도부와의 갈등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친박계도 상황 예의주시=이 당선자는 2007년 대선 경선 과정에서 박 전 대표를 직접 공격하는 등 날카롭게 각을 세운 적이 있다. 특히 18대 총선 과정에서 친박계 학살의 당사자로 지목할 정도로 친박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 당선자에 대한 불신이 깊다. 특히 이 당선자가 개헌 등의 이슈에 앞장서며 박근혜 흔들기에 나서지 않을까 우려하는 기류도 있다. 다만 양측이 당장 충돌할 일은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얘기다. 친박계 핵심 의원은 “박 전 대표나 이 당선자나 당내 공식적인 타이틀을 가진 게 아니라 두 사람이 직접 부딪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