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 재보선 이후] 8곳 중 7곳이 野의원 지역구였는데… 승부, 공천서 갈렸다

입력 2010-07-29 21:51

재·보선은 몇몇 지역에 한정돼 치러진다. 흩어진 선거구를 관통하는 이슈를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다. 이슈가 없으니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결국 유권자들의 표심을 흔드는 가장 큰 요소는 인물이다. 후보의 인지도가 어느 정도냐, 후보가 어떤 이미지로 유권자들에게 각인돼 있느냐가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셈이다.

7·28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은 8곳 중 5곳에서 승리했고, 민주당은 완패했다. 4대강 사업 저지 및 정권 심판을 내세운 민주당의 구호가 바람을 일으키지 못한 반면 한나라당의 지역일꾼론이 유권자들을 설득해낸 것이다. 한나라당이 내세운 후보들이 유권자들에게 든든한 지역일꾼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줬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야 모두의 해석도 일치한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29일 “사심 없이 지역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유권자가 원하는 능력 있는 인물을 공천한 게 승리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나경원 최고위원도 “공천 잘 하는 게 정당 민주주의의 생명선”이라고 거들었다.

민주당의 공천에 대해 한나라당 원희룡 사무총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약체에 가까운 후보들을 냈다”고 했다. 민주당은 반박하지 못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지도부에 책임이 있다”고 했고, 이미경 사무총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공천에 소홀한 점이 있었다”고 시인했다. 민심을 얻을 수 있는 후보를 내세우지 못했다는 자성이다.

이번 재·보선은 당초 야당에 유리한 구도라고 관측됐다. ‘재·보선=야당 승리’라는 공식이 2000년 이후 이어지고 있었고, 6·2 지방선거에서 여당을 심판했던 민심의 기류가 여전하다는 판단이었다.

객관적 조건도 야당에 좋았다. 재·보선 해당 지역 8곳 가운데 7곳이 야당 의원들의 지역구였다. 강원도 철원·화천·양구·인제 1곳 외에는 모두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앞섰던 지역이다. 정치인 사찰과 성희롱 발언 파문 등 여당에는 악재가 될 만한 일이 잇따랐고, 서울 은평을과 충북 충주 등 전략지역 2곳에서는 야권 후보 단일화까지 이뤄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패배했다. 6·2 지방선거 승리 이후 자만했고, 그런 태도가 안일한 공천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공천 과정에서부터 ‘낙하산 공천’ 논란 등으로 잡음을 일으켰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야당 지지층은 고개를 돌렸다. 막판 후보 단일화를 성공시켰지만 공천 과정과 후보에 대한 실망감을 이미 갖고 있던 유권자들을 결집시키기는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