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정치지형 너무 험난”… 정운찬 정치의 ‘정지’

입력 2010-07-29 21:51


정운찬 국무총리가 29일 공식적으로 총리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9월 중도실용노선의 대표선수로 발탁된 정 총리는 세종시 수정안 부결의 벽을 넘어서지 못한 채 10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총리 교체가 확정되면서 청와대의 개각 작업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개각과 관련, “휴가기간 중 구상하고 검토해서 휴가 이후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고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이 8월초 휴가를 다녀온 다음인 8월 10일 전후 개각 발표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 대통령은 또 후임 총리에 대해 “이제 선거가 끝났고 제로 상태에서 검토가 시작된다”고 말해 아직 후보군이 압축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정 총리는 이날 오후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금이 사임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세종시 수정안을 마련했지만 이를 관철하지 못한 점은 개인적 아쉬움을 넘어 장차 도래할 국력의 낭비와 혼란을 방치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을 불러일으킨다”며 “모든 책임과 허물을 제가 짊어지고 이제 국무총리 자리를 떠나겠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지난 10개월에 대해 “당초 생각했던 일들을 이뤄내기에 시간은 너무 짧았고, 우리나라의 정치 지형은 너무 험난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정 총리는 이번 결정이 7·28 재·보선 등 주요 정치 일정이 일단락되면서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여건과 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것임을 설명했다. 총리실 고위관계자는 “개각을 앞두고 대통령께 ‘프리핸드(Free hand)’를 드리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정 총리는 이날 오전 사퇴 기자회견 계획을 임태희 대통령실장에게 알렸고, 이 대통령은 정 총리의 사의를 수용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총리는 후임 총리가 임명될 때까지 직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예정이다. 정 총리는 한나라당이 참패한 지난 6·2 지방선거일 다음날 사의를 표명한 것을 비롯, 모두 세 차례 이 대통령에게 사의를 피력한 바 있다.

남도영 이성규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