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硏 고위연구원 2명 논문표절로 면직

입력 2010-07-29 18:34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고위급 연구원 2명이 작성한 대테러 관련 보고서가 국내 학자의 저서를 표절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 전반을 연구하고 국방정책에 기여한다는 취지로 설립돼 국방정책 수립과정에 영향력을 갖고 있는 국방연구원의 보고서가 표절로 드러남에 따라 국방정책 신뢰도 역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9일 한국국방연구원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국방연구원 소속 책임연구원 문모씨는 2001년 9·11 테러 직후인 2002년 정책연구과제 책임자로 선정돼 ‘뉴테러리즘의 오늘과 내일’이라는 보고서를 작성해 국방부에 제출했다. 이 보고서는 2003년 5월 같은 제목의 단행본으로 발간됐다. 그러나 최근 국방연구원 자체 조사 결과 이 단행본은 최진태 한국테러리즘연구소장이 1997년 발간한 책 ‘테러, 테러리스트와 테러리즘’ 중 18쪽 분량을 거의 그대로 옮긴 것이었다.

국방연구원 소속 전문연구위원 김모씨도 2002년 1월 국방연구원 국제학술회의에서 ‘21세기 테러 추세와 미래의 테러 양상’이라는 주제로 공동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 역시 일부 단어를 추가하거나 동의어로 대체하는 수준에서 최 소장의 같은 책 중 13쪽 분량을 사실상 표절했다.

문씨와 김씨의 표절 행위는 최 소장이 지난 3월 관련 내용을 국방연구원에 제보하면서 밝혀졌다. 국방연구원은 지난 4∼5월 사실관계 확인 및 징계위원회를 거쳐 문씨와 김씨를 면직 처분하고 이들의 발표문이 실린 단행본 ‘뉴테러리즘의 오늘과 내일’ ‘테러리즘과 문명 공존’ 51권을 시중 서점에서 회수했다. 연구원 관계자는 “두 사람이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무단복제해 저작권법을 위반했고, 국방연구원법과 국가공무원법상 성실 및 품위유지 의무를 어겨 면직 처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씨와 김씨는 표절 의혹을 부인하며 서울중앙지법에 국방연구원장을 상대로 면직처분 무효확인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문씨와 김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인터넷사이트에 공개된 자료를 게재한 것”이라며 “내용 일부를 인용했다는 각주를 실수로 달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 소장은 “이들 외에도 전직 장성 등 30여명이 내 저서를 표절한 증거를 갖고 있다”며 “조만간 관련자들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현역 장교가 별다른 죄의식 없이 표절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현재도 국방부 산하 다른 기관에서 논문 표절이 이뤄진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안의근 이용훈 기자 pr4p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