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선교 단체, 구 선교사 ‘성경배포’ 말도 안된다

입력 2010-07-29 19:20

리비아 당국에 구금돼 있는 구모 선교사가 정부의 희생양이었다는 사실이 판명됐음에도 선교와 관련된 활동에 대해서는 여전히 왜곡된 정보가 나오고 있어 한국교회와 선교계를 분노케 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가족들과 교회에 사과하기는커녕 잘못된 정보를 흘려 오해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9일 일부 언론은 외교통상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 구 선교사가 국정원 관계자의 통역 노릇 외에도 성경을 번역해 배포한 혐의로 구금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러나 이는 신빙성이 떨어진다. 이슬람선교 전문가들의 확인 결과, 성경 번역과 배포는 현실적으로 전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중동선교 전문단체 소속 관계자는 “리비아에는 이미 여러 판본의 아랍어 성경이 나와 있으며 그걸 현지인이 소지하고 있어도 불법이 아니다”라며 “구 선교사가 이미 출간돼 있는 아랍어 성경을 번역해 배포했다는 말은 전혀 이치에 닿지 않는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결국 외교부가 구 선교사를 계속 핑곗거리 삼아 정보활동에 따른 관심을 분산시키려는 의도를 가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또 “외교 당국자가 국정원 조사활동 사안과 선교사 구금은 관계가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그렇다면 애초부터 정보활동 사안과 마찬가지로 선교사 건도 발설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더구나 외교부는 선교사 체포 소식을 전하면서 “그가 목사이고 선교활동을 했고 불법이며 구속이 불가피하다”는 말까지 자세히 밝혀 선교계의 원성을 샀다.

이런 가운데 구 선교사에게 선교자금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리비아 보안당국에 체포된 전모 씨의 딸이라고 밝힌 여성이 29일 국민일보에 전화를 걸어왔다. 그녀는 “아버지 일은 있을 수 없을 뿐더러,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농사만 지으시던 분에게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며 하소연했다.

그녀는 “아버지는 구 선교사에게 환전만 해 줬을 뿐 자금을 대지 않았다”며 “상당수 교민들이 리비아 경찰의 조사를 받았는데 경찰은 아버지에게만 혐의를 몰아 그동안 친하게 지내던 분들까지 이젠 어머니에게 말도 하지 않고 있다”며 최근 어머니와의 통화 내용을 전했다.

그녀에 따르면 아버지 전씨는 10여 년 전 부인과 함께 리비아로 건너가 트리폴리 인근 농장에서 배추농사를 지어왔다. 현재 전씨의 부인은 구금상태인 남편에게 식사와 약(당뇨)을 전달하고 있다. 그녀는 “빈 그릇이 나오기는 하지만 아버지가 드셨는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한다”며 “가족들은 지금 극심한 불안 속에 있다”고 전했다.

그녀는 또 “아버지 소식이 걱정돼 답답한 마음에 외교통상부로 전화를 했지만 ‘잘 모른다. 설명하기 어렵다’는 답변뿐이었다”며 “외교부에서는 아버지 구금 이후 한 번도 가족에게 연락한 적이 없다”고 분노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