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대 민향숙 교수, 복음향기 무용으로 전한다

입력 2010-07-29 20:44


색동 날개옷을 곱게 차려 입은 여자 초등생 6명이 하나의 끈으로 연결된 듯 사뿐히 무대에 올라섰다. 한 올도 흐트러짐 없이 곱게 빗은 머리카락 위로 물동이를 부드럽게 들어 올린 채였다. 음악이 시작되자 아이들의 얼굴엔 웃음이 만발했다. ‘꽃피고 새 울면’이라는 춤사위가 공연되는 내내 객석을 가득 채운 250여명의 노인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스며들었다. “아이고, 내 손녀같이 너무 예쁘구먼….”



29일 오후 서울 창동 동산교회 대예배당엔 박수 소리가 가득했다. 이 교회가 매주 목요일 인근 독거노인을 초청해 드리는 열린 예배에 명지대 무용단 ‘얼·DMC’가 찾았다. 얼·DMC는 이 대학 예술종합원 무용과 교수와 학생, 또 명지대가 주최한 무용경연대회에서 입상한 초·중·고등학생으로 이뤄졌다.

예술총감독 민향숙(41·사진) 교수는 제자들의 동작을 하나하나 주시하며 공연이 끝날 때까지 맞잡은 두 손을 놓지 않고 기도했다. “아이들이 너무 예쁘죠. 저렇게 훌륭한 학생들이 하나님의 사랑을 몸으로 표현할 때마다 큰 은혜를 받습니다.”

민 교수는 고교 2학년 때 우연히 소록도를 찾아 봉사활동을 할 기회를 얻었다. 눈과 코가 없는 그들에게 밥을 먹여주던 그는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무용을 통해 하나님을 알리겠다’고 다짐했다. 이후 카세트를 들고 노인들이 있는 곳에 찾아가 춤을 추고 장구를 치며 봉사활동을 계속했다.

얼·DMC는 무용계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여기에 선교의 비전이 더해졌다. 그는 “제자들과 함께 작은 교회를 돌아다니며 무용으로 봉사할 때면 꿈이 이뤄진 것 같아 가슴이 벅차다”고 했다.

그가 요즘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전통의 복원을 통한 우리 춤 가치의 재발견이다. 특히 지난 4월 국립중앙박물관 용극장에서 열린 전통공연 ‘통천(通天)’이 호평을 받아 더욱 용기가 생겼다. 스승인 인간문화재 정재만 선생의 명맥을 이어 가고 있는 것도 그 맥락이다. 민 교수는 공연장이 크든 작든 만반의 준비를 다한다. 이날 역시 머리, 의상, 분장 등 각 분야의 전문가를 불러 실제 대극장에서 공연할 때와 마찬가지로 최선을 다했다.

민 교수는 얼·DMC와 함께 또 하나의 꿈을 꾸고 있다. 자신이 가르친 학생들을 세계적인 무용선교사로 자라나게 하겠다는 꿈 말이다. 그는 “전 세계 이웃에 한국 전통 무용의 아름다움을 알리면서 소외된 사람에게 꿈과 희망, 하나님의 사랑을 심어줄 수 있는 무용단을 이끌겠다”며 제자들의 머리를 사랑스럽게 쓰다듬었다.

조국현 기자 jo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