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금 ‘한국의 미래’를 사다
입력 2010-07-29 18:35
외국인 채권 매입 배경
지난 9일 채권시장은 한바탕 소동을 겪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전격적으로 인상했기 때문이다. 오전 내내 요동치던 시장은 오후 들어 안정을 찾았다. 외국인이 채권을 4605억원 순매수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금융투자업계는 의아했다. 시중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치는 하락한다. 채권 발행에 드는 비용인 채권 금리는 상승하고, 투자자는 빠져나간다. 하지만 외국인은 거꾸로 움직였다. 왜 외국인은 금리 인상에도 아랑곳하지 않을까.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28일까지 외국인은 채권시장에서 6조2731억원을 순매수했다. 올 들어 매월 평균 7조원을 사들이고 있다. 1월부터 순매수 누적금액은 48조8237억원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채권 순매수 행진 이유로 우리 경제의 탄탄한 성장세를 꼽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G2(미국·중국) 경기 둔화 우려,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갈 곳 잃은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으로 몰리고 있는데, 특히 채권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수익성과 안전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것이다. 우리 채권시장은 여기에 가장 부합한다”고 말했다.
장기적인 원화 가치 상승흐름도 호재다. 외국인 채권투자는 대부분 재정거래에 따른 차익을 노리고 들어온다.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달러를 빌려 원화로 환전해 채권에 투자할 경우 국내외 금리 차이를 이용한 차익, 원화 절상에 따른 환차익을 모두 챙기게 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갑자기 발을 빼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금융감독원이 조사한 결과 외국인의 롤 오버(roll-over·만기 도래한 채권을 판 뒤 다시 채권에 투자하는 비율)는 지난해 2분기 이후 80%대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불안감은 계속 커지고 있다. 시장 여건이 변해 외국인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 막대한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 금융연구원 임형준 연구위원은 “외국인들의 대규모 투매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지만 외국인 자금의 영향력 확대가 향후 급격한 자본유출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