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2개社 대상 부처 실태조사… 하도급 설움에 인력·자금난 中企가 운다
입력 2010-07-29 21:36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A업체는 연간 5억원 가까운 손해를 입을 지경에 처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생산비는 뛰었는데 납품단가가 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자제품 부품을 생산하는 B업체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발주처에서 원가절감을 위해 기술개발, 공정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용 전액이 협력업체 부담인데다 원가절감 성과만큼 납품단가가 인하되기에 결국 손해다. 발주처가 구두 발주로 생산설비 증설을 요구했다가 실제로는 경쟁업체에 발주해버려 하도급업체가 관련 투자금액을 날리는 사례도 있다.
경제지표는 좋아지고 있지만 정작 중소기업 절반은 각종 하도급 관련 문제와 인력난, 자금난으로 여전히 힘들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식경제부는 29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11개 산업단지와 개별 중소기업 562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관계부처 합동 현장실태조사를 보고했다.
중소기업 평균 매출액은 올해 상반기 기준 101억9600만원으로 지난해 전체인 174억7200만원과 비교해 개선됐다. 지난해 68.3%에 불과했던 평균 가동률 역시 4월 73.5%에서 5월 74.4%, 6월 75.5%로 오르는 등 전반적인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체감경기는 여전히 차갑다. 조사대상 업체의 50.3%만이 지난해보다 경영상황이 개선됐다고 대답했다.
업종별 차이도 컸다. 자동차 부품 분야는 내수와 수출 호조로 전반적인 회복세를 보였지만 2차 이하 일부 협력업체에선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납품단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불만을 제기했다. 2008년 하반기 이후 대형 조선업체들의 수주 급감 탓에 조선업종은 여전히 겨울이다. 또 범용부품을 공급하는 휴대전화 분야에선 업체 간 경쟁이 심해 단가 인하 압력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기계 및 기계부품 업종에선 복잡한 하도급 구조로 납품대금 지연 등의 어려움을 겪는 업체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들은 체감경기 회복을 저해하는 3대 요인으로 하도급 거래상의 문제와 인력 수급, 자금 조달을 꼽았다.
정부는 이번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관계부처 합동대책을 다음 달까지 수립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공정거래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다음 달 말까지 하도급법과 관련해 5대 제도개선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취임 1주년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갖고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납품단가를 인하하는 부당 행위에 대해 앞으로는 법을 개정해 사업자와 대기업들이 납품단가를 낮추는 정당한 사유와 내용을 입증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해 4월부터 도입된 납품단가 조정제도의 실효성을 보완하고, 상생협력이 대기업과 1차 협력사뿐 아니라 공기업, 2차 협력사로 이어지도록 상생협력 우수업체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탈취 및 유용 방지, 원가개선을 위한 제도개선방안도 강구 중이다.
이명희 김도훈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