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정부와 싸우자는 게 아닌데…”… MB 반론에 당혹
입력 2010-07-29 21:36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바짝 긴장하며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2010년 하계포럼’에 참석 중인 정병철 상임부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은 오전 행사를 마무리한 뒤 회의를 갖고 대책을 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개회사 중 정부와 정치권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내용은 통상적으로 해오던 얘기일 뿐 정부에 반기를 드는 그런 의도는 전혀 아니었는데 이상하게도 정부와 재계의 갈등으로 비쳐져 당혹스럽다”고 해명했다.
병상에 있는 조석래 회장의 개회사를 대독한 정 상임부회장은 “정부와 싸움을 하자는 게 아닌데…”라며 곤혹스러운 표정이었다. 개회사는 조 회장이 구두로 큰 틀만을 잡아주고 전경련 부설 국제경영원이 문안을 작성했다. 조 회장은 최종 문안을 직접 보지는 않았다고 전경련 관계자는 전했다. 개회사를 쓴 책임자는 심한 질책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전경련은 여러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이 전경련의 진의를 오해하고 있다면 정말 큰일이라며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위기다. 현재로서는 무슨 말을 해도 오해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해명 등을 일절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조 회장이 이미 사의를 표명한 상태에서 후임 회장 선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전경련이 정부의 눈총을 받을 경우 오는 11월 전경련이 주최하는 G20 비즈니스 서밋 때까지 아무도 회장직을 맡겠다고 나서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가뜩이나 재벌 총수들이 전경련 회장을 맡기 꺼려하는 마당에 대통령이 직접 전경련을 거명한 상태에서 누가 회장을 하려고 하겠느냐”며 “회장 모시기가 물 건너가는 게 아니냐”고 걱정했다.
제주=이용웅 선임기자 yw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