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자서전 출간 “내 어머니는 평생을 ‘작은댁’으로 사셨다”

입력 2010-07-30 10:03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자서전이 29일 출간됐다. 자서전은 출생에서 정치 입문까지를 다룬 1권과 대통령 취임 후부터 서거 직전까지를 기록한 2권으로 나뉜다. 김 전 대통령이 2004년부터 41회에 걸쳐 직접 구술한 녹취와 일기 등을 엮은 것이다. 원고는 지난해 마지막으로 병원에 입원하기 직전까지 직접 손을 봤고 부인 이희호 여사가 최종 검토했다.

김 전 대통령은 책에서 “내 어머니는 평생 작은댁으로 사셨다”며 어머니 고 장수금 여사가 본처가 아니었고, 자신은 서자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고인은 “많은 공격과 시달림을 받았지만 평생 작은댁으로 사신 어머니의 명예를 지켜드리고 싶었다”고 그동안 출생의 비밀을 숨겨온 이유를 설명했다. 김 전 대통령은 “그러나 사실을 감춘다 해서 어머니의 명예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고 적었다.

1973 일본에서 피랍됐을 당시 죽음 직전에 예수님을 만났던 사실도 적었다. “죽음 앞에 떨고 있는데 예수님이 바로 옆에 서 계셨다. 성당에서 봤던 모습 그대로였고, 표정도 그대로였다. 나는 예수님의 긴 옷소매를 붙들었다”고 썼다. 2004년 8월 고 박정희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찾아와 “아버지 시절에 여러 가지로 피해를 입고 고생하신 데 대해 딸로서 사과드립니다”라고 했던 일도 소개했다. 김 전 대통령은 “뜻밖이었고 참으로 고마웠다”면서 “사과는 독재자의 딸이 했지만 정작 내가 구원을 받는 것 같았다”고 당시 감격을 전했다.

87년 대선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야권 후보 단일화 실패와 관련해서는 “나라도 양보를 했어야 했다”고 자책했다. 또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책임제를 도입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면서 개헌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서는 실망감을 드러냈다. 김 전 대통령은 “건설회사에 재직할 때의 안하무인식 태도를 드러냈다. 실용적인 사람으로 알았는데 잘못 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검찰은 해도 해도 너무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자살은 이명박 정권에 의해 강요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에 두 정상이 서명하는 문제를 놓고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설득한 일화도 소개했다. 김 위원장이 “대통령이 전라도 태생이라 그런지 무척 집요하군요”라고 농을 던져 “김 위원장도 전라도 전주 김씨 아니오. 그렇게 합의합시다”라고 해 합의가 이뤄졌다고 적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