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여성, 친정과 화상상봉 길 열었다
입력 2010-07-29 22:35
베트남에서 온 결혼이주 여성이 인터넷으로 연결된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현지 가족과 만날 수 있게 됐다.
행정안전부는 29일 강원도 인제 백담 정보화마을에서 딘티검눙(23)씨 등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 여성 9명과 베트남 하노이·호찌민 친정 간의 첫 번째 시범 화상상봉 행사를 열었다.
베트남 여성들은 20여분씩 50인치 LCD TV 화면을 통해 친정 식구들의 얼굴을 보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딘티검눙씨는 1년 3개월 만에 만난 어머니에게 “엄마, 너무 보고 싶어요”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어제 너무 설레서 잠을 제대로 못 잤어” “언니도 곧 결혼한다면서”라며 못 다한 말들을 풀어놨다.
화상상봉을 마친 딘티검눙씨는 “우리는 태어나 자란 곳이 베트남이지만 한국에서 터를 잡고 사는 한국인”이라며 “앞으로도 다문화가족으로서 긍지를 느낄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고 했다.
우웬투이홍(23)씨는 화면 속 어머니가 울기 시작하자 눈시울을 붉히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품 안의 아기를 보여주면서 “아이 이름이 민우예요”라고 했다. 어머니는 눈물을 훔치며 딸에게 첫째 아기는 건강한지 등을 물었다.
2007년 9월 강모씨와 결혼해 아들 둘을 둔 그는 아쉽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엄마 아빠, 오래오래 사세요. 아버지는 술 조금만 드세요. 저도 건강하게 잘 살게요.”
행안부는 베트남 정부와 협의를 통해 올해 안에 2, 3차 시범 화상상봉을 마련한 뒤 내년 1월까지 전국 363개 정보화마을에서 인터넷망을 통해 베트남 화상상봉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행안부는 몽골과 필리핀 등 외국 정부와 협의해 화상상봉 대상 국가를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행사장을 찾은 맹형규 행안부 장관은 최근 부산에서 숨진 베트남 신부 사건에 대해 사과하면서 “이번 행사가 베트남 국민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