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붙잡힌 농장주 전씨 딸 "아버지 구금 후 외교부 전화 한번 없었다"

입력 2010-07-29 13:43

[미션라이프] 지난 17일 구 선교사에게 선교자금을 지원했다는 이유로 리비아 보안당국에 체포된 전모씨의 딸은 29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아버지 일은 있을 수도, 이해가 되지도 않는다”며 “농사만 지으시던 분에게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며 하소연했다.

그녀는 “아버지는 구 선교사에게 환전만 했을 뿐 자금을 대지 않았다”며 “상당수 교민들이 리비아 경찰에게 조사를 받았는데 경찰은 아버지에게만 혐의를 몰아 그동안 친하게 지내던 분들까지 이젠 어머니에게 말도 하지 않고 있다”며 최근 어머니와의 통화 내용을 전했다.

전씨 딸에 따르면 전씨는 10여년 전 부인과 함께 리비아로 건너가 수도 트리폴리 인근 농장에서 배추농사를 지어왔다. 현재 전씨의 부인은 남편에게 식사와 약(당뇨)을 전달하고 있다. 딸에 따르면 “빈 그릇이 나오기는 하지만 아빠가 드셨는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어머니가 말한다”며 “가족들은 지금 극심한 불안 속에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전화에서 “아버지 소식이 걱정돼 답답한 마음에 외교통상부로 전화를 했지만 ‘잘 모른다 설명하기 어렵다’는 답변뿐이었다”며 “외교부에서는 아버지 구금 이후 한 번도 가족들에게 연락한 적이 없었다”고 분노했다.

한편 구 선교사가 정부의 희생양이었다는 사실이 판명됐음에도 외교통상부는 선교와 관련된 활동에 대해서는 여전히 왜곡된 정보를 흘리고 있어 선교계를 또 한번 분노케 하고 있다. 가족들과 교회를 향한 사죄는커녕 잘못된 정보만 부풀려 오해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29일 일부 언론에서는 외교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 구 선교사가 국정원 관계자의 통역 노릇을 했고 성경을 번역해 배포했다는 혐의로 구금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중동선교 전문가의 확인 결과, 성경 번역 배포는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중동선교 전문단체 소속 관계자는 29일, “리비아에는 이미 여러 판본의 아랍어 성경이 나와 있으며 그걸 현지인이 소지하고 있어도 불법이 아니다”며 “구 선교사가 이미 출간돼 있는 아랍어 성경을 번역해 배포했다는 말은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은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결국 외교부가 구 선교사를 계속 핑계거리 삼아 정보활동에 따른 관심을 분산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관계자는 이어 “외교 당국자가 국정원 조사활동 사안과 선교사 구금은 관계가 없다고 발뺌하고 있지만 그렇다면 애초부터 얘기를 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정보활동 사안을 비밀에 붙였다면 선교사 건도 발설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더구나 외교부는 선교사 체포 소식을 전하면서 “그가 목사이고 선교활동을 했고 불법이며 구속이 불가피하다”는 말까지 자세히 밝혀 선교계의 원성을 사고 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