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나라당 작은 승리에 도취해선 안돼
입력 2010-07-29 00:56
어제 실시된 재·보선에선 한나라당이 승리했다. 정권 2인자로 불리는 이재오 후보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윤진식 후보가 각각 서울 은평을과 충북 충주에서 야권 단일 후보들을 꺾었다. 민주당 우세 지역으로 꼽혔던 인천 계양을과 충남 천안을까지도 한나라당이 이겼다. ‘재·보선은 여당의 무덤’이란 인식을 깨뜨린 선거 결과다.
한나라당의 승리는 6·2 지방선거에서 패한 여당을 도움으로써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유권자들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본다. 여권은 지방선거 패배 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며 나름대로 쇄신의 기틀을 마련해 왔다. 한나라당은 전당대회를 통해 새 지도부를 구성했으며, 청와대는 대통령실에 세대교체형 인사를 단행했다. 이에 대해 유권자들이 후한 점수를 준 것 같다. 야당 출신 지자체장과 진보 성향 교육감들의 ‘정권 발목잡기’에 대한 불안감도 함께 작용했다고 볼 수 있겠다.
여권은 재·보선에서 이겼다고 자만해선 안 된다. 민심은 언제 돌변할지 모른다. 가장 시급한 것은 국정쇄신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방선거가 패배로 끝난 지 두 달이 다 돼 가는데도 개각을 하지 않고 있다. 장관 교체가 거론되는 부처에선 공무원들이 일손을 놓고 있다. 재·보선이 끝났으므로 개각을 서둘러 행정부를 새롭게 정비하는 것이 긴요하다.
여권 내 화합을 이루는 것도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중요한 과제다. 이재오 후보의 당선은 한나라당 내 계파 갈등을 부추길지도 모른다. 당내에서 ‘군기반장’ 역할을 하다 보면 박근혜 전 대표 측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차기 대선을 앞두고 권력투쟁이 심화될 경우 재집권은 물 건너간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조정 능력이 요구된다.
이번 선거는 야당, 특히 민주당의 맹성이 필요함을 일깨워줬다. 민주당은 지방선거 후 승리감에 도취해 현 정권을 너무 가혹하게 공격했다. 엄청난 실정(失政)을 저지른 것처럼 홍보하면서 이번 선거에서 정권심판론을 내걸었으나 유권자들은 냉담했다. 정부가 하는 일에 시시비비를 정확히 가리는 책임 있는 정당으로 거듭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