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7·28 재보선] 서울 은평을, 한나라 이재오 당선자 “은평의 눈으로 나라 보겠다”
입력 2010-07-29 00:48
한나라당 이재오 당선자의 얼굴은 붉게 상기돼 있었다. 만면엔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함박웃음’이 가득했다. ‘정권 실세’ ‘여권 2인자’ 등 화려한 수식어가 붙어 있는 그였지만 다시 찾은 국회의원 배지보다 더 기쁜 게 없다는 표정이었다.
28일 밤 당선이 확정된 직후 서울 은평을의 사무실을 찾은 그는 “은평구민의 위대한 승리”라고 소감을 밝혔다. 2년 전 대선 승리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치러진 4·9 총선에서 공천 파동의 책임을 물어 쫓기듯 미국행을 택하게끔 낙선의 아픔을 줬던 유권자들이 다시 자신을 선택해준 것에 그는 기자회견 내내 거듭 고마움을 표했다. 이 당선자는 “야당이 단일화했는데 표를 압도적으로 몰아준 것은 은평 사람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운동이 거의 철인3종경기를 방불케 했다”는 참모들의 전언대로 이 당선자는 철저히 바닥으로 긴 ‘나홀로 선거운동’이 힘들었음도 고백했다. 그는 “잠이 부족해 자전거를 타고 갈현1동을 내려가다 조는 바람에 크게 넘어져 무릎을 다쳤다”며 일화도 소개했다.
이 당선자는 자신의 국회 재입성으로 당내 계파 갈등이 증폭될 것이라는 우려를 의식한 듯 활동 계획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지도부의 최고위원 제안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건 당에 가서 동지들하고 많은 의견을 나눌 것”이라며 “오늘 결정 안 해도 늦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은평구에서 서민정책 안 먹히면 나라 전체 안 먹히는 것”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의 서민정책을 은평에서 몸소 실천해보이겠다는 의지는 밝혔다. 이 당선자는 “여당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국정을 안정시켜 달라는 국민 요구가 은평주민에게 반영된 것”이라며 “내가 선거운동을 잘해서 된 게 아니라 대통령이 힘을 내서 일을 더 잘해 달라는 격려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통령과 만날 것이냐는 질문에는 “이 목소리로 만나서 무슨 얘기를 하겠느냐”며 말을 돌렸다. 그의 목소리는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쉬어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 순간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뭐냐”고 묻자 “자야죠”라며 다시 한번 환한 미소를 지었다.
유성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