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7·28 재보선] 與의 대반격… 제동 걸렸던 국정 다시 힘 받았다
입력 2010-07-29 00:44
6·2 지방선거에서 여당에 ‘옐로카드’를 꺼내들었던 국민들은 두 달도 채 안되는 기간에 치러진 7·28 재·보궐 선거에서는 야당에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재·보선의 여당 압승은 집권 후반기를 시작하는 이명박 정부가 한번 더 기회를 얻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들은 또한 ‘단일화만 하면 해볼만하다’는 야당에 ‘그렇지 않다’는 명확한 사인을 줬다고도 해석된다.
◇여권 국정 장악력 회복=여권이 추진 중인 주요 정책들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조기 레임덕에 대한 우려에서 벗어나 친서민 정책 행보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문제, 한나라당 강용석 의원의 성희롱 사건 등 잇단 악재에도 불구하고 여당은 승리했다. 특히 영남권이 없는 전국 단위 재·보선에서의 압승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대기업과 각을 세우더라도 윗목(서민)을 따뜻하게 만들겠다는 이 대통령의 서민 프렌들리 행보, 이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 사이의 화해 분위기, 지방선거 이후 절치부심하며 당 쇄신과 변화를 외쳐온 한나라당의 모습이 국민들에게 기대감을 갖게 한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권의 핵심 실세인 이재오 전 국민권익위원장과 윤진식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부활 역시 비슷한 해석이 나온다. 두 사람은 이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두 사람의 국회 입성으로 당·정·청 관계가 유기적으로 짜일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이 전 위원장은 친이계의 확실한 구심점 역할을 할 전망이다. 반면 박 전 대표 등 친박계는 당분간 위축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물론 이 전 위원장이 당으로 복귀하더라도 전면에 나서기보다 조용한 행보를 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당내 갈등이 증폭되진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지난 14일 출범한 안상수 대표 체제도 힘을 받게 됐다. 어느 때보다 낮은 자세로 유권자들에게 다가간 선거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많다. 안 대표 역시 선거 승리 직후 일성으로 “더욱 더 겸손하게 국민 속으로 들어가고, 일자리 창출에 힘써 서민들이 잘 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야당, 내부 권력투쟁 속으로=야권은 충격에 휩싸였다. 지방선거 승리 이후 보인 야당의 모습에 국민이 회초리를 든 셈이기 때문이다. 공천 과정의 잡음과 선거 막판 뒤늦게 성사시킨 야권 후보 단일화에 국민들은 냉담했다. 누구보다 정세균 대표의 타격이 크다. 여권의 잇단 악재에도 불구하고 서울과 인천, 충청권에서조차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선거 책임론에 휩싸일 가능성이 커졌다. 당장 4대강 사업 반대, 민간인 사찰 문제 등 주요 현안에서도 목소리가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선거 결과는 민주당 차기 당권경쟁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정 대표가 우세한 가운데 손학규 전 대표, 정동영 의원이 3파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으나 이 역학관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자유선진당 역시 유일하게 후보를 내고 총력을 기울였던 충남 천안을의 패배가 뼈아프다. 박상돈 전 의원의 충남지사 출마로 공석이 됐던 곳이었음에도 수성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회창 대표의 리더십은 물론 충청권 맹주라는 당의 타이틀마저 흔들리게 됐다. 이 대표 체제로는 힘들다는 당내 목소리에 힘이 실리면서 대안 모색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