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3’ 與압승…‘왕의 남자’ 이재오 화려한 귀환
입력 2010-07-29 00:25
‘왕의 남자’ 이재오가 여의도로 돌아왔다.
친이계 좌장으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의 일등 공신인 한나라당 이재오 후보가 28일 실시된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며 화려하게 정계에 복귀했다. 이로써 여권 내 권력구도는 물론 정치권 전반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서울 은평을 재선거에 나선 이 당선자는 개표 내내 여유 있게 앞선 끝에 58.3%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민주당 장상 후보를 1만5000표 이상 따돌렸다. 이 당선자의 국회 입성은 당내 친이계 구심점이 복원된다는 의미와 함께 당·정·청 3각 운영 체제를 더욱 확고히 할 수 있게 돼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북 영양 출신인 이 당선자는 여러 차례 옥고를 치른 재야 운동가 출신으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과 본선 때 이명박 캠프의 좌장을 맡아 선거운동을 진두지휘하면서 최고 실세로 급부상했다. 1996년 15대 총선을 앞두고 신한국당에 입당한 뒤 은평을에서 세 차례 연속 당선되는 등 승승장구하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에게 패하고 10개월간 외국 생활을 하는 등 ‘시련’을 겪었다.
이 당선자는 이번 선거운동 기간 내내 당의 대규모 지원 유세를 거부하고 ‘나홀로 선거운동’을 펼쳤다. 그는 “철저하게 외로우리 만큼 저 혼자 하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야권이 막판 후보 단일화에 성공하면서 위기를 맞는 듯했으나 지역구민들은 다시 한번 그에게 기회를 줬다.
이 당선자는 개표 결과가 나온 직후 “여당에 힘을 실어줘 국정을 안정시켜 달라는 국민의 요구가 반영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은평주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은평 발전을 위해 제 전부를 바치겠다는 공약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했다. 지역일꾼론으로 당선된 만큼 일단 그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당분간은 정치의 중심에 나서기보다 낮은 자세를 유지하며 조심스러운 행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 당선자와 함께 ‘MB맨’으로 불리는 윤진식 후보도 충북 충주에서 큰 표 차이로 민주당 정기영 후보를 따돌리고 당선됐다.
인천 계양을에서도 한나라당 이상권 후보가 승리했고, 충남 천안을에서도 한나라당 김호연 후보가 당선됐다. 한나라당은 강원 철원·화천·양구·인제에서도 한기호 후보가 승리하면서 8곳 중 5곳을 차지하는 대승을 거뒀다.
한나라당의 재·보선 압승에 따라 정국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여당은 6·2 지방선거 참패 충격에서 벗어나게 된 반면 민주당은 공천 책임론을 비롯한 내홍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민주당은 강원도 원주에서 박우순 후보, 태백·영월·정선·평창에서 최종원 후보가 승리했다. 광주 남구에서는 장병완 후보가 민주노동당 오병윤 후보의 돌풍을 잠재웠다. 그러나 민주당은 강원에서 2석, 텃밭인 광주에서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한편 이번 재·보선 투표율은 34.1%로 잠정 집계됐다. 휴가철에 치러진 2006년 7·26 선거 때의 투표율(24.8%)에 비해서는 9.3% 포인트 높았다.
정승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