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물가 0순위… 임시투자세액 공제 폐지 ‘가닥’

입력 2010-07-28 21:37


“경기가 V자 회복국면으로 가기 때문에(경기가 너무 빨리 좋아지다 보니) 서민들이나 중소기업들은 경기 회복세를 아직 못 느끼고 있다. 달리기를 하더라도 선두주자와 뒤처지는 사람의 거리가 존재하고 쫓아가는 사람은 앞 사람이 점점 멀게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28일 지표 경기와 체감 경기가 다른 것을 이같이 비유했다. 공식 지표로는 경기가 회복을 넘어 확장 국면에 들어섰다는 진단이 나오지만 서민이나 중소기업들에겐 아직 먼 나라 얘기다.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재정부도 지표 경기가 고용과 소득의 개선으로 충분히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이명박 대통령과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이에 따라 8월 이후에는 경기 회복세가 아랫목에서 윗목으로 번져가도록 하는 정책 입안과 집행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윗목 덥히는 정책들=재정부는 다음달부터 청년고용 대책과 물가안정 대책 등을 줄줄이 내놓을 계획이다. 이를 통해 경기 회복세가 가팔라지면서 물가 상승으로 고통받는 서민들과 취업시장에서 소외돼 있는 20대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줄 수 있는 방안들을 담을 예정이다. 고용 대책에는 고용창출 우수 기업에 대해 금융 공기업의 대출·보증 심사 시 우대하는 방안과 해외 취업을 강화하는 방안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물가 안정을 위해선 공공요금 인상 폭을 최소화하고 원가 정보를 공개하는 한편 일정 기간 적용될 가격 상한을 미리 정하는 중기요금협의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지식경제부는 그동안 검토해온 전기료를 다음달 1일부터 평균 3%대 올리되 저소득층에 에너지 비용을 보조하는 ‘에너지 바우처’ 제도를 내년부터 도입할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달 20일쯤 발표 예정인 세제 개편안도 서민들과 중소기업의 세 부담은 줄여주되 대기업들에 대한 조세감면 혜택 조치들은 폐지하거나 원상복구하는 방향으로 조정될 전망이다.

재정부는 지난해 1조9000억원가량 지원된 임시투자세액 공제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임시투자세액 공제 폐지를 유예했지만 경기가 살아나고 대기업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 만큼 더 이상 임시투자세액 공제가 필요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도 이날 본보 기자와 만나 “임시투자세액 공제 제도는 말 그대로 임시로 사용하라는 것인데 28년이나 됐고 21년간 사용했다”며 “연구개발(R&D)이나 신성장동력, 에너지산업 관련 세제 지원으로 방향을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일용근로자의 근로소득에 대한 원천징수 세율은 내년부터 현행 8%에서 6%로 낮춘다. 대표적 서민세인 주세와 담뱃세 인상도 대통령의 친서민 행보에 따라 보류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올해 말 일몰 예정인 50여개의 비과세·감면 제도 중 서민을 지원하는 방안은 연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나라 곳간’ 문제 없나=친서민·친중소기업 정책에 힘을 쏟게 되면 문제는 재원이다. 정부는 호황을 누리는 대기업들로부터 거둬들인 세수와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의 매각과 구조조정 등을 통해 이를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대기업들의 호황으로 세수가 예상(170조5000억원)보다 크게 늘면서 재정적자 등 국가 재정에 대한 우려는 상당 폭 약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재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4조1000억원 재정적자를 냈으나 올해는 2조7000억원 미만으로 재정적자 폭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희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