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문자채택 1년맞아 찌아찌아족 청소년 방한… “한글의 나라 직접보니 너무 기뻐”
입력 2010-07-28 21:24
“김밥 맛있어요. 김치 매워요. 그녀는 김치도 맛있대요.”
최근 한글을 공식문자로 채택한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 청소년 사리안토(16·바우바우유고등학교 2)군은 우리말로 또박또박 말하면서 옆에 있던 동급생 니닌 아르니아(16)양을 가리켰다. 아르니아양도 고개를 끄덕이며 “맛있어요”라고 말했다.
이들은 여성가족부 주최, 한국청소년단체협의회 주관으로 28일부터 8월 11일까지 열리는 ‘2010 미래를 여는 아시아 청소년 캠프’에 참가하기 위해 28일 서울에 왔다. 인도네시아 바우바우시에서 태어나 그곳을 벗어난 적이 없던 이들은 “한글의 나라, 한국에 오게 돼 너무나 기쁘다”면서 “서울이 예쁘다”고 입을 모았다.
사리안토는 “한국에서 오신 선생님께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면서 “찌아찌아족도 글을 갖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그가 한글과 함께 한국말을 열심히 배우는 것은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인기 직업으로 꼽히는 투어 가이드가 사리안토의 장래희망.
“한국어 사전 거의 없어요. 그래서 사람들 한국어 배우고 싶어도 못 배워요. 한국어 사전 많았으면 좋겠어요.”
사리안토는 그동안 배운 한국어를 쓸 수 있어 기쁜 듯 연신 생글생글 웃었다. 아직 말이 서투른지 입을 다물고 있던 아르니아도 “영어보다 한국어가 좋다”고 했다. 문자가 없는 찌아찌아족은 그동안 알파벳과 인도네시아 문자를 썼었다. 간호사가 되고 싶다는 아르니아도 “찌아찌아 글이 생겨 좋다”고 했다. 사리안토는 “한글 사랑해요. 한국사람 모두 좋아요”를 후렴구처럼 되풀이했고, 그때마다 아르니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과 함께 온 인도네시아 청소년 7명은 다른 부족이지만 한글사랑은 찌아찌아족 못지않았다. 한국어 교사가 되고 싶다는 낫룰 아차르 자스비타(22·다야누 익사누딘 대학 2)씨는 “공항에 내렸더니 한글 천지더라”면서 “외국에서 한글을 보니 너무나 반가웠다”고 말했다. 언어학을 전공하는 그는 “한국어는 매우 특별한(unique) 언어”라면서 “찌아찌아 말을 그대로 쓸 수 있는 것으로 봐서 확실한 표음문자”라고 추켜세웠다.
경제학을 전공한다는 마리아리 샴(27·무함마디야 보톤 대학 3)씨는 “찌아찌아족 말을 그대로 쓸 수 있는 한글이 신기하다”면서 “한국은 아시아의 경제대국으로 수출을 많이 하는 나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저기서 삼성, 현대, LG, 홈시어터, 모바일폰, TV 등 우리나라 기업과 가전제품 이름들이 튀어나오면서 시끌벅적해졌다.
한국에 두 번째 오지만 아직 한국말을 못한다는 트가 아르 사프트라(23·디퐁고로대학 2)씨는 “이번에는 한국말을 꼭 배우겠다”고 별렀다. 그는 “한국말을 하고 한글을 쓸 줄 아는 사리안토가 너무 부러워 질투심이 느껴진다”고까지 했다. 이들 9명은 29일부터 5일간 한류대사만들기 프로젝트로, 이화여대 어학원에서 한국어를 공부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한국음식, 한국뷰티문화도 있지만 이들은 모두 한글을 선택했다.
‘2010 미래를 여는 아시아 청소년 캠프’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23개국 300명이 참가한다. 각국의 전통공연, 아시아음식축제 등 문화 교류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또 우리나라에 대한 이해와 우호정서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한국문화체험활동과 첨단산업시설 견학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