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기요금 올리고 성과급 챙기겠다니
입력 2010-07-28 20:23
올 상반기 적자가 2조3000억원이었고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이유로 다음달부터 제품가격을 3% 인상하겠다는 기업이 있다. 그런데 이 기업은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500%나 지급하겠단다. 적자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한 채 기업 내부자들은 흥청망청하고 있는 격이다. 참 터무니없는 행보다.
우리나라의 간판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의 얘기다. 전기요금을 올려 적자 부담은 국민에게 짐 지우면서 정작 한전 직원들은 총 3700억원 안팎의 성과급을 지급받는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적자를 줄이려면 공기업 스스로 뼈를 깎는 내핍 경영에 앞장서야 맞다.
물론 성과급이 500%로 결정된 것은 ‘2009년 공공기관 및 기관장 경영평가’에서 96개 공공기관 중 한전이 유일하게 최고등급인 ‘S(탁월)’를 받은 결과다. 하지만 올 1분기 현재 누적부채가 30조4000억원에 이르는 한전이 공기업 성과평가에서 유일하게 S등급을 받았다면 성과평가의 신빙성마저 의심된다.
공기업 부채는 공공서비스 제공이라는 측면을 감안하면 불가피할 수도 있어 일반기업과 단순 비교는 어렵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공기업의 총 부채가 2005년 98조원에서 지난해 212조원으로 급등한 배경이 행여 공기업 성과평가가 느슨한 데에서 비롯됐다면 큰일이다. 차제에 공기업 성과평가의 적정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하겠다.
공기업 성과평가가 흠결이 없다고 해도 한전이 만성적인 부채에 시달리고 있는데 성과급 500%는 과한 수준이다. 한전 직원들의 임금을 삭감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지난해 한전 직원의 평균연봉이 약 6500만원임을 감안하면 적자가 계속되고 있는데 과도한 성과급까지 고려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순익이 늘어났다고 하는 구체적인 재무지표상 성과가 나왔다면 공기업의 성과급 지급을 탓할 이유는 전혀 없다. 공기업들이 부채는 계속 늘어가면서도 내부자들끼리 성과를 냅네 하면서 보너스를 지급하는 식의 방만 경영 행태는 옳지 않다. 공기업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부드럽지 않은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한전의 성과급 지급은 지난 6월에 이어 9월, 12월로 예정돼 있다는데 맹성을 거듭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