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憂兒園’ 된 중국 유아원… 학비는 대학보다 훨씬 더 비싸
입력 2010-07-28 18:01
‘입학은 (가장 인기 있는) 공무원시험보다 어렵고, 학비는 대학보다 비싸다.’
요지경(瑤池鏡)인 중국 유아원(幼兒園)의 실태를 중국 신화통신은 지난 26일 이렇게 꼬집었다. 이어 후베이일보(湖北日報)는 28일 ‘유아원이 우아원(憂兒園)이 됐다’란 제목으로 우울하고 걱정스런 유아원의 현실을 개탄했다. 이 신문은 “젊은 가장들이 ‘팡누(房奴:집의 노예)’가 된 후 ‘쑨누(孫奴:아이의 노예)’가 됐다”고 지적했다. 중국에선 요즘 유아원 입학난이 최대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지난달 11일 베이징 창핑(昌平)구 공업유아원 정문 앞. 100여명의 가장이 텐트와 의자, 침대 등을 준비한 채 자녀 입학신청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8박9일 동안 진을 치고 대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베이징 쉬안우(宣武)구에 사는 류모씨는 “아이를 집 근처 평범한 국립유아원에 보내기 위해 신청했는데 130명 모집에 600명이 몰렸다”고 한숨을 쉬었다. 광둥(廣東)성 한 유아원은 입학신청일이 다가오기도 전에 120명 모집인원이 이미 마감됐다. 이런저런 관계를 통한 힘 있는 사람들의 부탁이 작용해서다.
만만치 않은 비용에 서민들은 울상이다. 국립인 톈진(天津) 난카이(南開)구 제1유아원은 매달 보육비가 1500위안(약 26만3000원)이다. 식비 260위안까지 합치면 총 1760위안이 든다. 여기에 비공식적인 찬조금까지 있다고 한다. 민영유아원은 비용이 훨씬 많이 든다. 베이징 차오양(朝陽)구에 있는 민영 페이지이중언어유아원은 월평균 7000위안을 내야 한다. 중국에서 일반적으로 대학 1년 학비가 1만 위안도 채 안되는 점을 감안하면 대학 학비보다 더 비싸다.
중국 공산당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은 이처럼 유아원 입학난이 심각하자 긴급 실태파악과 함께 대책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