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확산되는 세계 경제 ‘더블딥’ 공포
입력 2010-07-28 21:27
더블딥(Double-dip·경기이중침체). 모두가 이 말을 입에 올리고 있다. 하지만 그 입술은 떨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달 들어 더블딥에 대한 언론보도가 지난 5월보다 4배나 더 늘었다고 28일 보도했다. 유럽이 재정위기에서 벗어나고 있고, 미국과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경제의 회복세도 뚜렷한데 왜 더블딥 공포가 확산될까.
FT는 4가지 요인을 꼽았다. 첫 번째는 자신감 부족이다. 경기회복은 아직 와 닿지 않는데, 기업의 경영 부실과 가계부채 증가 부담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다. 경기선행지수인 기업구매지수(PMI)는 금융위기 이후 지난 4월 최고점까지 회복됐으나 이후 2개월 연속 감소세다. 가계도 소비보다 저축에 매달리고 있다.
두 번째는 경기부양책이 끝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지원은 앞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최근 미 의회에서 밝혔다. 세 번째 요인은 유럽 금융시장에 여전히 잠재해 있는 불안 요소다. 포르투갈의 신용등급이 최근 2단계 하락했고,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도 부채가 좀처럼 줄지 않는다.
마지막이자 가장 확실한 요인은 각국의 재정적자다. 올 상반기 그리스 재정위기 이후 세계 각국이 재정적자 감축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재정지출이 줄면 경제회복세는 위축된다. 그렇다고 지출을 늘리자니 불안감이 더 커진다.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전문가들의 발언도 불안을 부추긴다. 상품시장 전문가인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27일 CNBC에 출연해 “세계 경제가 2012년에 다시 침체에 빠질 것”이라며 “중앙은행들은 이미 실탄을 소진했기 때문에 그땐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부동산전문가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집값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미국 경제가 더블딥에 빠질 가능성은 50% 이상”이라고 말했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도 “미국 경제가 성장을 멈춘 것 같다”며 “더블딥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불길한 예언들은 불안을 부추기고 자신감을 잃게 만들어 실제로 더블딥을 부르는 한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정책 당국자들은 더블딥 가능성을 강하게 부정한다.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이달 금융통화정책회의에서 “더블딥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의 버냉키 의장과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도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경제 성장전망을 애초 1.9%로 내다봤으나 5차례 수정하면서 4.6%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세계 교역량도 두 자릿수로 늘고, 우려했던 유럽 경제도 독일의 2분기 1% 성장률에 힘입어 회복세다.
기업의 최고경영자도 더블딥 가능성은 낮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소비자들을 불안하게 만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불안감을 완전히 떨치진 못하고 있다. CNN방송은 미국 기업들이 쌓아둔 현금이 1조 달러에 이른다며 “경제회복 전망이 극히 불확실해지면서 기업이 투자를 꺼리고 고용을 늘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Key Word 더블딥
침체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던 경기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는 현상이다. 재고 소진에 따른 일시적인 생산 증대 때문에 나타난다. 두 번째 경기침체는 본격적인 불황의 시작을 의미한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