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불편한 진실’ 폭로 이후… 오바마 “아프간戰 계속”
입력 2010-07-28 18:00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계속 강력히 추진해 나가겠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7일 내놓은 위키리크스의 아프간전쟁 기밀문서 공개 사태와 관련한 첫 공식 반응이다. 반전여론 확산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의회를 중심으로 반전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는 데다 위키리크스가 엄청난 분량의 이라크전 관련 문서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미국 내 반전 논란이 쉽게 가라앉을지는 미지수다.
◇오바마 “새로운 것 없다”…그러나=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언론브리핑을 통해 “공개된 문건엔 새로운 사실이 거의 없다”고 평가 절하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또 “폭로 문건에 지난해 아프간전을 재검토할 때 제기된 문제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며 “이는 나의 아프간 전략 수정이 옳았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민감한 전쟁정보가 폭로돼 개인이나 작전이 위험에 처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경고했다. 위키리크스가 아프간전 관련 문건 미공개분 1만5000여건을 추가 공개하는 걸 의식한 언급으로 풀이된다.
미 의회도 동조했다. 미 하원은 아프간 병력 증파 등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 590억 달러(약 70조원)를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상원의 존 케리(민주당) 외교위원장은 “기밀 폭로를 용납할 수 없다”며 “이는 위법일 뿐 아니라 우리 군대의 노력을 위태롭게 한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반전 목소리가 점점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민주당의 데니스 쿠치니치 하원 의원은 “위키리크스의 폭로는 아프간전쟁을 끝내야 하는 이유 9만2000여 가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공화당의 론 폴 하원 의원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해외 군사활동에 대한 의회 통제권을 강화하고 파키스탄에서의 미군 철수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라크전 문건도 있다=미국 시사주간 뉴스위크는 3명의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위키리크스가 이라크전 관련 문건도 입수했고, 이를 공개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문건에는 미군이 감행한 대량 학살과 수감자들에 대한 이라크 보안군의 폭력행위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 분량은 아프간전 관련 자료의 3배에 달한다고 뉴스위크는 전했다.
이 문건이 공개될 경우 다음달까지 이라크 주둔 미군을 5만명으로 감축하고, 내년 말까지 완전 철군하겠다는 이라크전 출구전략에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아프간전 관련 문건 유출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의 정보원으로 활동하는 아프간 주민 수백명의 신원이 노출돼 이들이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