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동떨어지는 지표-체감경기… 수출-내수 불균형, 서민에 ‘짐’ 쏠려

입력 2010-07-28 21:52


28일 오전 정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 이례적 안건이 올라왔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서민 체감 경기 개선을 이슈로 꺼내들었다. 정부 부처 모두가 정책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까지 강조했다. 윤 장관은 “수출 대기업의 호조에 비해 서민경제 회복이 부진해 안타깝다”고 했다.

정부의 우려는 이미 현실이다. 이날 서울 영등포동에 위치한 영등포청과시장은 하루 종일 텅 비었다. 상인들은 장사를 포기한 채 삼삼오오 모여 앉아 신세 한탄을 했다. 20년째 채소를 팔고 있다는 김미자(63·여)씨는 요즘 가게 문 열기가 무섭다고 했다. 인근 구로동 롯데마트도 상황은 비슷했다. 지하 1층 식료품점에서 한정상품으로 파는 옥수수를 만지작거리던 주부 김모(51)씨는 “너무 비싸다”며 발길을 돌렸다.

경제지표는 뜨겁게 달아오르는데 체감 경기는 싸늘한 이유가 뭘까. 전문가들은 체감 경기가 바닥을 맴도는 원인으로 ‘수출과 내수의 불균형,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균형’을 꼽았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불균형이 증폭됐다고 진단했다. 정부가 위기 극복을 위해 고환율 정책 등 대기업에 편향된 정책을 펴면서 수출에 드라이브를 걸었기 때문이다. 고스란히 부작용은 중소기업과 서민에게 집중됐다.

수출과 제조업에 기댄 불균형 성장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수출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17.3%였을 때 내수 성장률은 4.3%에 그쳤다. 올 상반기 내수 성장률이 9.4%인 반면 수출은 18.0%에 이르렀다.

수출이 대기업 위주로 이뤄지고 있고, 주력 수출품의 부품 해외의존도가 높은 점은 구조적 약점이다. 수출 주력 제품을 만드는 기업 가운데 50%는 핵심 부품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기업에는 현금이 쌓이는데 중소기업은 부도를 걱정해야 할 형편이다.

이러한 불균형은 소득 격차, 고용의 질 추락으로 이어진다. 수출 업종에 종사하는 취업자는 전체의 16.7%에 불과한 반면 내수 업종 종사자는 83.3%를 차지한다. 고용효과가 큰 서비스 업종 등이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일자리 공급 부족, 비정규직 양산 문제는 갈수록 심각하다.

여기에다 물가 불안, 고환율 정책, 가계부채 급증, 건설경기 침체는 내수를 깊은 수렁으로 밀어 넣고 있다. 수출로 경기 회복을 주도하기 위해 취한 장기간의 고환율 정책으로 수입 물가가 오르면서 서민들의 실질소득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건설경기 침체는 자산 가격 하락은 물론 일자리 부족 심화를 부르고 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거시경제실장은 “수출업종과 대기업으로 부가 쏠리면서 중산층은 정체하고, 저소득층은 살기 힘들어지고 있다”며 “서민경제를 살리는 길은 서비스업 육성 등으로 내수와 수출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라고 말했다.븲관련기사 3면

김찬희 이용상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