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아침] 3분

입력 2010-07-28 17:33


세상에서 가장 못난 변명이 있다. ‘시간이 없어서’라고 말하는 일이다. 사람들이 둘러대는 변명 중에서도 가장 어리석고 못난 변명이다.

시간은 우리 삶에서 가장 필요한 존재이며 인간이 가장 원하고 있는 삶의 길이이다. ‘시간이 없다’는 말은 시간을 방목하고 있는 자들의 변명이다. 시간은 있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 시인이 쓴 시에 ‘3분간’이란 시가 있다.

“3분 동안 못할 일이 뭐야/ 기습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지/ 다리가 끊어지고/ 백화점이 무너지고/ 한 나라를 이룰 수도 있지…(중략) .저 날개 접히기 전에/ 어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야지/ 도장을 찍고/ 악수를 청하고/ 한 나라를 이루어야지”(최정례의 ‘3분간’ 중에서)

마음만 먹으면 우리는 3분간에 엄청난 일을 해낼 수 있다. 한 나라를 이룰 수도 있고, 아기도 낳고 전쟁도 일으키고, 죽기도 하고 살아나기도 하며, 만나기도 헤어지기도,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도 하며 3분간 우리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무한하며 3분간에도 인간은 사건, 현상의 지독한 프로세스를 가질 수 있다.

하루는 24시간 1440분이다. 3분씩 나눈다면 3분간 할 수 있는 일을 우리는 하루에 480번씩 해낼 수 있다. 정말 ‘시간이 없어서’ 어떤 일을 못하는 것일까? 우리는 시간이라는 막연한 존재가 자신의 분신임을 부인하고 있다. 급박하게 다가오는 불행과 걱정 근심들은 사실 오래 전부터 우리가 이끌고 온 잘못된 시간들의 부유물인 것을 우리는 잘 느끼지 못하고 있다.

시간은 아무런 징후가 없다. 사용하는 자에게 전권을 준다. 또 어느 시인이 쓴 시의 구절에는 이런 질문과 대답이 있다. ‘시간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하여 시인은 ‘바로 자기 자신을 향해 가고 있다’고 답하고 있다. 소멸을 향해 가면 자기 자신의 소멸로, 죽음만 생각하고 시간을 보낸다면 자기 자신의 죽음으로…. 시간은 자신과 분리된 개념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다.

365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새벽기도를 드리기 위해 하나님께 시간을 드리는 자가 있다. 그는 분명 신에게로 가까이 가고 있을 것이다.

TV와 스마트폰에 온통 시간을 빼앗기는 젊은이들의 시간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알코올과 마약과 쾌락에 시간을 빼앗기는 자들의 시간은 자신의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이처럼 시간의 근저를 따진다면 분명 시간은 구속적이긴 하다. 그러나 자기 자신에게 가고 있는 가장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재료가 되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사라진 시간을 찾아서, 잃어버린 자신의 시간을 찾아서 이 뜨거운 여름 단 3분간 시간을 내서…. 시간을 찾아 나서면 어떨까?

최문자 시인 <협성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