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바둑이야기] 우리는 대한민국 국가대표다

입력 2010-07-28 17:45


아시안 게임에서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바둑에는 3개의 금메달이 걸려있다. 남자단체, 여자단체, 그리고 남여 페어전으로 남자 6명, 여자 4명이 선발된다. 국가의 명예가 달려있는 만큼 선발전은 혹독했다.



남자국가대표 선발전은 1, 2차 리그로 나뉘어 10일간 매일 3판의 풀 리그를 펼쳐야한다. 그야말로 지옥의 레이스다.

랭킹 1, 2위인 이세돌 9단과 이창호 9단은 미리 시드를 받아 선발전에서 제외됐지만 상위 랭커들이 펼치는 대결은 세계 메이저기전을 방불케 한다. 또한 매일 일정을 소화해야 하기에 오전에는 선발전 시합을 하고, 오후에는 정식 시합을 해야 할 때도 있다. 이제 바둑은 스포츠이다. 단지 머리만 쓰는 것이 아니라 강한 체력도 필요하다.

여자국가대표 선발은 남자들에 앞서 사전 준비가 되었다. 지난 12월 7일 한국기원에서 국가대표선발을 위한 상비군을 모집해 첫 훈련을 시작했다. 남자들에 비해 인원도 적고 최근 중국세에 밀리는 상황이라 훈련을 지체할 수 없었다. 처음으로 감독과 코치제가 도입돼 양재호 감독과 윤성현 코치가 여자 상비군을 맡았다.

자체리그전, 사활문제 풀이, 정상급 기사들과의 실전대국을 통해 몸과 마음을 단련시켰다. 아침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 매일 진행된 훈련에 어린 기사들이 시름시름 앓기까지 했다. 프로가 되기 위해 공부했던 연구생 시절이 생각난다. 점심과 저녁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는 하루 12시간을 바둑판을 보고 있었다.

지금은 그때보다 더 부담되고 더 어려운 훈련을 하고 있다. 인내는 쓰다. 그러나 그 열매는 달다. 그래서 일까? 모든 것을 참고 견디며 훈련한 여자 선수들이 몇 달이 지나 조금씩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프로인지라 몇 달 만에 실력이 크게 늘지는 않았겠지만 정신적으로 무장된 선수들은 정관장배 세계대회에서 중국을 밀어내고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지난해 3기 지지옥션배(여류 대 시니어 연승대항전)에서 일방적으로 밀리던 여류팀이 현재 강세를 보이고 있다.

몇 달의 지옥 훈련이 끝나고 얼마 전 남녀 대표팀이 결정되었다. 양재호 총감독, 김승준 남자코치, 윤성현 여자코치에 남자대표는 시드배정을 받은 이창호, 이세돌 9단과 군복무중 선발전에 출전해 군기 빠짝 든 모습을 보여준 조한승 9단, 차세대 주자 강동윤 9단과 박정환 8단이다. 여자국가대표는 여자바둑계의 맏언니 이민진 5단과, 여자 이창호로 불리는 조혜연 8단, 신세대 주자 김윤영, 이슬아 초단이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우리는 대한민국 국가대표다.

<프로 2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