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해전과 꽃게산지로 잘 알려진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NLL 인근 무인도는 평화를 찾아 날아든 희귀 조류들이 옹기종기 모여 살아가는 여름새들만의 비밀스런 천국이다.
인간의 간섭을 거의 받지 않고 살아가는 외딴섬에 지난 24일 생태조사팀 일행이 내리자 괭이갈매기를 비롯, 파란하늘을 하얗게 덮은 수천마리의 새들이 머리 위에서 이방인의 출입이 달갑지 않은 듯 배설물을 마구 쏟아낸다. 간신히 나무 밑에 몸을 숨겨 새들의 집중공격을 피했다.
이곳 외딴섬은 십 수 년 전만 해도 군부대의 포사격장이었지만 연평도 주민들의 노력으로 포사격이 중지되고 인간의 간섭에서 자유로워지면서 새들의 낙원으로 변했다.
서해안의 크고 작은 섬들은 대부분 이동 새의 중요한 쉼터이자 번식처이다. 생태계 보호를 위해 정확히 섬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이곳 무인도에서는 세계적 멸종 위기종인 천연기념물 205-1호 저어새를 비롯 천연기념물 326호 검은머리물떼새, 천연기념물 361호 노랑부리백로와 중대백로, 중백로, 쇠백로, 왜가리 등 백로과의 새들과 괭이갈매기, 가마우지, 칼새 등 수천 마리의 새들이 사이좋게 자신들의 영역을 나누어서 어린 새끼들을 키워가며 여름을 나고 있다.
섬 곳곳에는 일차 번식에 실패한 어미새들이 둥지 안에서 새 생명의 탄생을 예고하고, 무사히 번식에 성공한 어미새는 남쪽보다 가까운 북녘 땅 해주 일대 갯벌에서 부지런히 먹이를 물어온다. 어린 새끼들은 쉼 없이 울어대며 어미새가 물어온 먹이를 저 먼저 달라고 아우성이다. 막 걸음마를 시작해 뒤뚱거리며 둥지 주위를 열심히 걸어 다니는 새끼들 모습도 눈에 뛴다.
어느 정도 어린티를 벗어난 녀석들은 날기 좋게 맞바람 부는 날, 부모의 격려에 용기를 내어 처녀비행에 도전해 본다.
한국물새네트워크대표 이기섭 박사는 “이곳은 인천공항과 마찬가지로 새들에게 있어서는 서해안의 허브공항 같은 곳”이라며 “여름새들은 이곳에서 새끼를 키워 북쪽으로 날아갔다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다시 이곳에 들러 잠시 쉬면서 재충전을 한 후 월동지로 날아간다”고 말한다. 여름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로 더없이 중요한 장소인 셈이다.
특히 저어새의 경우 130여 쌍이 발견돼 그동안 국내 최대번식지로 알려진 서해안 비도와 비슷한 개체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국제적 보호종인 노랑부리백로나 가마우지 역시 100쌍 이상의 번식이 확인되면서 국내외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 지역에서 새들이 10종 이상 번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어서 문화재청은 서둘러 여름새들의 고향인 이곳 무인도를 천연기념물 보호지역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새들의 새로운 서식지 발견만큼이나 이들의 보금자리가 파괴되는 것을 막는 일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저어새
올해는 겨울이 길어서 새들의 번식시기도 대략보름에서 한달가량 늦었다. 부리를 저으며 먹이활동을 해 저어새로 불린다. 전 세계 2300여 마리 정도만 남아 있으며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한 희귀한 새이다. 다행히 번식지인 한국과 월동지인 대만, 홍콩 등에서 적극적으로 보호활동에 나서고 중금속으로부터 취식지의 먹이환경도 좋아지면서 저어새는 매년 조금씩 그 숫자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괭이갈매기
고양이 울음소리와 비슷 하다고하여 괭이갈매기라고 불리운다. 대개 무인도의 풀밭에서 무리지어 번식하며 한배에 보통 4-5개의 알을 낳는다.
어미새는 새끼들이 먹기 좋게 몸속에서 먹이를 반쯤 소화시킨 뒤 토해내 먹인다. 8월에 들어서면 어린새끼들과 번식지를 떠나 바다에서 집단 생활한다. 물고기 떼가 있는 곳에 잘 모여 예로부터 어부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중대백로
중대백로는 왜가리보다 크기가 조금 작으며 전국적으로 흔히 볼 수 있는 여름철새이다. 왜가리, 쇠백로, 황로 등과 집단을 이루어 혼성번식을 하기도 한다. 여름철 번식기에는 암수 모두 장식깃이 난다. 번식 기간에 구애를 하거나 과시 행동을 할 때 또는 적을 위협할 때 이 깃을 활짝 펄쳐 보인다.
가마우지
암컷과 수컷 모두 몸의 윗면은 검은색을 띠고 금속광택이 있다. 해안의 절벽이나 암초에 무리지어 생활하며 자주 앉는 장소는 배설물로 희게 보인다. 깃털의 방수가 완벽하지 않아 날개를 펴고 깃털을 말리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연평도=글·사진 곽경근 기자 kkkwa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