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아프간戰 전략 수정 불가피… 위키리크스 폭로로 작전 노출·국내 여론도 악화

입력 2010-07-27 18:51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실상을 공개한 위키리크스 문건 사태가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내년 아프간 철군을 앞둔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아프간 전략에 타격을 주는 것은 물론 11월 중간선거의 새로운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오바마, 정치적 타격 클 듯=우선 아프간전 작전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전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아군의 속사정이 적에게 낱낱이 노출됐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오바마 행정부의 전쟁 수행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될 수 있고, 파키스탄과의 외교적 마찰도 불러올 수 있다고 AP통신이 26일 보도했다.

국내적으로도 상당한 영향이 불가피하다. 미군 희생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파키스탄과 탈레반의 은밀한 협력 관계, 은폐 축소된 민간인 사망자 수 등은 미 국민들에게 ‘전쟁 회의론’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아프간전이 ‘제2의 베트남 전쟁’으로 인식될 소지가 있는 것이다.

더구나 현 행정부 집권기가 포함된 2004∼2009년 작성된 문건들이 이번에 공개된 9만2000여건의 문건에 포함됐다. 이 때문에 그동안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책임론을 제기해 왔던 오바마 행정부로선 이제 ‘자신들의 전쟁’으로 책임을 져야만 하게 됐다.

현 정부가 탈레반 지도자들을 암살하기 위한 특수부대 활동을 더욱 강화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점도 도덕성과 윤리성을 우선시해 온 오바마 행정부로선 곤혹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건에 이어 새로운 악재가 됐다.

줄리언 어샌지(39) 위키리크스 설립자는 26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나머지 1만5000여건도 추가 공개하겠다”고 밝혀 파장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총력 방어에 나선 오바마 행정부=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행정부 전체가 동원됐다. 공개된 자료들은 영향력이 없는 옛 문건이라는 주장을 내세웠다. 연방법 위반이기 때문에 수사 대상이라는 사실을 알리며 추가 공개를 막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유출 내용보다는 유출 경로를 색출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기밀문서들이 공개된 것은 충격적인 일”이라며 “이는 아프간 주둔 미군을 위험에 빠뜨리고, 군의 기밀유지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에 공개된 문건에는 주목할 만한 새로운 폭로는 없었다”면서 “다만 구체적인 작전상황, 미군과 우리의 동맹을 돕고 있는 현지 시민들의 이름이 자세하게 드러난 것은 위해를 줄 수 있는 잠재성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필립 크롤리 국무부 대변인은 “외교 경로를 통해 파키스탄과 아프간 대통령에게 문제의 보도가 나올 것이라고 사전에 통보했다”며 “이번 일은 민간의 불법적인 정보 공개에 따른 것이며, 관련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국방부는 자료 유출자 색출에 나섰다. 위키리크스가 지난 4월 아파치 헬기의 민간인 공격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할 당시 자료 제공자로 드러난 미군 사병 브래들리 매닝(22)뿐 아니라 또 다른 정보 유출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