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아침] 수면
입력 2010-07-27 18:57
많은 사람들이 최근 무더위 속 열대야로 밤잠을 설친다. 한밤에도 30도 가까이 되는 온도와 높은 습도 속에 잠을 쉽게 이룰 수 없다. 열대야가 계속되면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이유는 외부 온도가 높아지면 체내의 온도조절 중추가 흥분되어 소위 각성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깊이 잠들지 못하고, 작은 자극에도 자주 깨기 때문에 잠을 자고나도 뻐근하거나 피곤하며 무기력한 상태가 된다.
흔히 ‘잠을 조금 못 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러나 수면 부족은 대형 사건을 일으킨다. 1983년의 5000만 달러라는 엄청난 금액의 손실을 기록한 엑손 발데즈의 유조선 좌초사건이나 227명의 생명을 앗아간 1997년 대한항공 801기 추락사건 등이 바로 수면부족으로 발생하였다.
성경에는 건강한 잠을 위해 “내 아들아 완전한 지혜와 근신을 지키고 이것들이 네 눈앞에서 떠나지 말게 하라 그리하면… 네가 누울 때에 두려워하지 아니하겠고 네가 누운즉 네 잠이 달리로다(잠언 3:21∼24)”라고 말한다.
잠을 잘 이루려면 첫째로는 잠자리에 들 때 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혹시 잠이 쉽게 들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 내일에 대한 부담, 마무리 못한 일에 대한 아쉬움 등이 남으면 쉽게 잠을 청할 수 없다. 자기 전에 직접 부딪혀서 해결책을 마련하거나 아니면 깨끗이 잊고 잠자리에 들면 좋겠지만 그렇게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둘째는 잠잘 수 있는 여건과 수면 방법이다. 인간이 잠을 자기에 적절한 온도는 학자 간에도 여러 의견이 있지만 대략 18∼25도에 습도는 약 50% 전후로 알려져 있다. 요즘 같은 여름에는 자연적으로 이를 유지하기 힘들다. 선풍기를 몸 반대 방향으로 틀어 공기가 흐르게 만들고,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하는 지혜도 도움이 된다. 에어컨은 공기의 습도를 낮추어 건조하게 하지만 감염 등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장시간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 누워서 15분 이상 잠이 안 오면 계속 누워있기 보다는 일어나서 가벼운 활동을 한 후 다시 눕는 것이 좋다. 저녁에는 공포영화나 과격한 운동, 커피, 홍차, 초콜릿, 탄산음료 등 몸을 흥분시키는 것들을 삼가는 것이 좋다.
솔로몬은 시편 127편 2절에서 “너희가 일찍이 일어나고 늦게 누우며 수고의 떡을 먹음이 헛되도다 그러므로 여호와께서 그의 사랑하시는 자에게는 잠을 주시는도다”라고 노래했다.
우리는 잠이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하나님은 인체의 60∼100조의 세포들을 매년 약 90∼95% 교체하도록 하셨는데 그중 다수는 잠자는 중에 이루어지게 하셨다. 수면은 실로 인체에 대한 큰 축복인 것이다.
무더운 여름, 잠들기 전 잠시라도 자신의 하루 일정을 돌아보며 근심 보다는 즐거웠던 일, 그리고 남은 일 보다는 이루어 낸 일을 기억하자. 그리고 수고한 육신에게 고마워하며 주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자.
이철 세브란스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