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출판] 두 손만 잡아서 될까요?
입력 2010-07-27 18:51
헤일로 프로젝트/크레이그 그린필드/예수전도단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 살고 있고, 세계적으로 큰 도시에 사는 사람 중 3분의 1 이상이 빈민가에서 무기력하게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 숫자는 계속 증가할 것입니다. 세계 빈민가에 사는 10억명은 세계에서 가장 복음이 전해지지 않는 종족입니다.” 아시아 도시빈민선교회의 창립자 비브 그릭의 강연을 듣던 크레이그는 ‘세계에서 가장 복음이 전해지지 않는 종족’이란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 국제소프트웨어 회사의 마케팅 간부였던 그는 누구나 부러워하는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2000년, 아내와 함께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빈민가로 이주했다. 큰 키의 곱슬머리 백인 남자와 작은 체구의 캄보디아 여자는 기부금과 구호품을 전달하는 자선행위를 넘어 6년 동안 에이즈 고아와 함께 울고 웃었다.
책은 아시아 도시빈민선교회 국제대표 크레이그와 네이 부부가 캄보디아 빈민가에서 사역한 선교현장 이야기를 담았다. 안락함을 버리고 낮은 자들과 함께한 이들은 고아들을 돌보는 새로운 선교 패러다임을 제안한다.
크레이그가 캄보디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어린 시절, 부모가 입양한 캄보디아 남매를 통해서였고 교회에서 캄보디아인 네이를 만나면서 구체적인 선교비전을 갖게 됐다. 네이는 크메르루주의 살인 통치를 피해 뉴질랜드로 이주하고 언젠가 조국으로 돌아가 복음을 전하길 소망해 왔었다.
부부는 도시빈민공동체를 전도하려면 그 안에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부부는 사역하면서 캄보디아에서 에이즈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많다는 걸 발견했다. 또 아이들은 가난해도 가족과 함께 살길 원하고 캄보디아 지역공동체에서 고아를 돌볼 힘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유엔은 캄보디아에서 에이즈로 부모를 잃은 아이의 수를 7만7000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들이 이곳에서 시작한 사역이 ‘헤일로 프로젝트(Hope, Assistance and Love for Orphans Project)’였다. ‘고아들을 위한 희망과 원조, 사랑’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들었다. 에이즈에 감염된 부모가 죽은 후 남겨진 아이들을 돌보는 방법을 고심한 끝에 마련한 것이다.
헤일로 프로젝트는 캄보디아에서 최초로 실시한 지역사회 보호 사역이었다. 지역사회 보호는 친부모는 아니지만 가정과 지역사회를 배경으로 고아들을 돌보는 것이다. 크레이그는 “지역사회와 분리된 고아원에서 자란 아이들은 자라서도 사회에 적응하기 어렵다”며 “그들이 살던 동네에 머물 수 있는 아이들은 살아가면서 이런 후원망을 통해 지속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부모를 잃었다고 해서 아이들이 알고 사랑하는 다른 사람들과도 헤어져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지역사회 보호를 하면 아이들이 그동안 자신을 사랑하고 양육해준 사람들과 계속 함께 머물 수 있습니다. 부모의 죽음으로 생겨나는 혼란과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살 수 있습니다.”
크레이그는 부모처럼 보살펴주는 사랑의 관계가 음식과 보건 못지않게 아이들의 생존과 건강에 중요하다고 보았다. 고아들을 오랫동안 돌봐줄 대리 어머니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지역 그리스도인들이 동네 고아들을 돌보는 일에 동참하길 원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친척들과 살수 없는 아이들에게 양부모를 만들어 주었다. 면담과 적격심사를 거쳐 양부모를 선발하고 양부모 교육을 실시했다. 아울러 사후 점검을 철저히 해 불공평한 대우나 학대, 착취가 일어나지 않게 했다.
또 십대가장들을 위해 돈을 관리하는 법을 가르치고 이따금 가족들이 돈을 벌 수 있도록 소규모 사업 대출을 해주었다. 그리스도인 한 청년이 고아 한 명을 동생으로 삼고 아이들을 일정기간 훈련하고 역할 모델이 돼 주는 빅브라더, 빅시스터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유니세프는 헤일로 프로젝트를 가장 성공적이고 모범적인 구호단체 사례로 선정하기도 했다.
한편 저자는 서문을 통해 “한국이 복음을 들고 세계 빈민가로 나아갈 때 새로운 선교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며 “이 책을 통해 가난한 사람들과 나란히 걸어가는 방법을 알게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선교사 파송 2위 국가인 한국교회는 이제 많은 선교사를 파송하는 것을 넘어, 복음의 대상에 맞는 복음 전도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