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젤리나 졸리, 더위를 날려 버리다… 할리우드 액션 ‘솔트’
입력 2010-07-27 21:29
안젤리나 졸리를 위한, 안젤리나 졸리의 영화. 할리우드 액션영화 ‘솔트’가 처음 캐스팅하려했던 배우는 톰 크루즈였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나면 졸리 캐스팅이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올 여름 제대로 된 액션 영화를 기다려 온 사람이라면 ‘솔트’를 놓치지 말자. 고난이도의 액션과 영화 내내 넘치는 스릴, 섹시한 여주인공까지. 솔트는 볼거리로 가득한 영화다.
영화는 냉전 시대 파다했던 ‘데이 X(장기간 미국 시민으로 훈련받은 소련 스파이들이 미국에서 일제히 봉기하는 날)’설에 착안했다.
CIA에서 러시아 담당으로 근무하고 있는 엘리트 요원 에블린 솔트(안젤리나 졸리 분)는 어느 날 투항한 러시아 스파이를 취조하게 된다. 그런데 이 스파이는 CIA 요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솔트에게 “당신은 어려서부터 키워진 러시아 스파이”라는 폭탄 발언을 한다. 궁지에 몰린 솔트는 동료들에게 “난 결백하다”고 외치며 도주한다. 동료들은 러시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솔트의 과거와, 미국을 위해 목숨을 걸었던 그녀의 과거 행적 사이에서 혼란에 빠지고 그녀의 정체에 대해 이견을 보인다.
영화는 솔트가 러시아 스파이인지 아닌지, 또 다른 스파이는 있는지 없는지, ‘데이 X’가 성공할지 말지를 두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재미를 보여준다. 쓸데없는 로맨스로 화면을 채우지도 않고, 한 템포 늦추며 긴박감을 떨어뜨리는 일도 없다. 액션에 액션, 총격에 총격이다. 손에 땀을 쥐며 엎치락뒤치락하는 사이 영화는 결말을 향해 치닫는다. 화면은 화려하고 정교하다.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한 가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졸리의 카리스마다. 액션배우로서도 졸리는 ‘툼레이더’를 뛰어넘는 대표작을 드디어 만났다. 총격전을 능숙하고 유연하게 소화해내는 것은 기본이고, 대역 없이 건물에서 건물로 트럭에서 트럭으로 뛰어내리는 품새가 연기라곤 볼 수 없을 정도로 리얼하다. 도저히 빠져나갈 길 없어 보이는 상황을 역전시키는 장면에선 실제 CIA 요원이나 러시아 스파이도 졸리처럼 민첩하진 못할 거라고 여겨질 정도다. 원톱으로 우뚝 선 여배우의 완벽한 액션은 영화를 빛나게 하는 힘이다. 남자 배우를 썼더라면 식상함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상을 바랐다면 기대는 접으시길. 99분을 흥분과 스릴로 가득 채워 주는 대신 영화는 미국을 구원하는 슈퍼영웅의 활약이라는 도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전개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지만 결말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영화 초반 등장하는 북한군이 그리 능숙하지도 못한 한국어로 “간나새끼”를 연발하며 솔트를 고문하는 장면도 심기를 거스른다. “007 어나더데이”, “트랜스포머”에 이어 북한은 할리우드에서 악역 전문으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이 여름 솔트가 더할 나위 없는 영화임은 분명하지만, 냉전을 질기게 우려먹는 할리우드의 상업성에서는 한 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선한 역할을 도맡은 미국의 영웅 노릇을 참고 봐줄 수 있는 인내심도 필요로 한다. ‘패트리어트 게임’, ‘히트 웨이브’ 등을 맡았던 호주 태생 필립 노이스 감독이 연출했다. 15세가. 29일 개봉.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