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리비아 관계 미스터리] 애꿎은 선교사탓… 기막힌 외교부

입력 2010-07-27 18:30

지난달 중순 리비아에서 발생한 한국인 구모 선교사 체포사건이 국가정보원 직원의 현지 정보활동에 따른 외교 갈등 탓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27일 드러나면서 정부의 무책임한 처사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사태의 본질은 감춰둔 채 구 선교사가 종교법 위한 혐의로 체포당한 점을 부각시켜 마치 기독교 선교활동 때문에 양국 간에 갈등이 생긴 것처럼 비치게 했다는 것이다. 사고는 정보 당국이 쳐 놓고, 애꿎은 선교사와 기독교를 희생양으로 삼은 셈이다.

리비아 정부는 지난달 중순 스파이 혐의를 적용해 주 리비아 한국대사관 소속 국정원 직원을 추방했다. 이어 지난달 24일에는 주한 경제협력대표부의 영사업무를 중단하고 대표부 직원들을 본국에 불러들였다.

이에 화들짝 놀란 국정원은 대표단을 파견했고,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도 지난 6일부터 13일까지 대통령 특사자격으로 리비아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외교통상부는 국익보호를 이유로 한 달 이상 스파이 논란 사태를 비밀에 부쳤다. 그러다보니 현지 교민과 기업인 등에게 양국 외교관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알리려는 노력도 뒷전이었다. 특히 구 선교사의 체포와 리비아의 영사업무 중단은 양국 간에 벌어진 스파이 논란과 연관된 정황이 명백함에도 “직접적 관련성이 없다”며 모른체하고 있다.

김영선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전날 기자브리핑에서 “리비아 대표부의 영사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시간이 소요된다는 언급이 있었다고 한다”며 “정확한 경위를 파악해 조기에 영사업무가 재개될 수 있도록 협의를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리비아 언론들은 지난주 중반 이후 한국 외교관이 리비아 정부 요인에 대한 첩보활동을 벌여 리비아 정부가 한국 정부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연일 보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때문에 외교 및 정보당국이 겉으로는 국익을 내세우지만 속으로는 이번 사태로 인한 비난과 책임공방을 우려해 그동안 사실을 숨겨온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