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리비아 관계 미스터리] 현지선 “카다피 사생활 캤다”… 천안함 관련說도
입력 2010-07-27 23:13
한국-리비아 외교 분쟁을 촉발시킨 국가정보원의 리비아 내 정보활동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리비아를 비롯해 이슬람권 언론들은 한국 국정원 요원이 무아마르 알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사생활을 캐다가 리비아 정보당국에 적발된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특히 카다피 국가원수의 아들이 운영하고 있는 조직 등 핵심 권부에 대한 첩보 활동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사회주의권에서 최고지도자의 사생활 정보는 해당국 정보기관에서 가장 금기시하는 정보로 분류된다고 한다.
리비아 정부가 취한 조치들을 살펴보면 이 사안을 얼마나 민감하게 취급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금기를 건드렸다는 식이다.
리비아 정부는 지난달 15일 국정원 요원을 페르소나 논 그라타(기피인물)로 사실상 추방했다. 같은 날 구모 선교사가 리비아 당국에 기독교 선교서적을 반입했다는 혐의로 구금돼 현재까지 조사를 받고 있다. 구 선교사는 2002년부터 8년 동안 선교활동을 해왔다. 구속될 정도의 선교활동을 하면서 8년을 지냈을 리 만무하다. 리비아 정부가 종교관련 법규를 엄격하게 들이댔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또 구 선교사는 공교롭게 우리 국정원 요원이 추방된 날 체포됐다.
지난 6일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 양국 문제를 풀기 위해 리비아를 방문했지만 13일 귀국했다. 이 의원은 바그다디 마흐무디 총리를 세 차례 만났으나 카다피 국가원수는 만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의 활동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고, 그 나흘 뒤인 17일 구 선교사를 도운 혐의로 현지에서 농장을 하는 교민 정모씨가 구금됐다. 구 선교사와 정씨에 대한 한국 정부의 면담 요청은 거절됐다. 한국의 외교적 노력이 실패할 때마다 리비아 정부가 조치를 취했다고 짐작할 수 있다. 또 현지 언론에 따르면 리비아 정부는 추방된 국정원 요원이 미국 등 제3국 정보기관을 위해 일했으며, 이 요원이 수집한 정보가 한국을 통해 제3국으로까지 넘어갔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외교당국은 이슬람권 언론보도를 부인하고 있다.
국정원이 천안함 외교전의 일환으로 무리하게 첩보 활동을 벌이다 리비아 정부의 심기를 건드린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정부는 30년 동안 리비아와 경제협력을 지속해 왔다. 그런 리비아와 심각한 갈등을 빚을 만큼 치중해야 하는 첩보가 천안함 관련 북한의 어뢰 정보 외에 뭐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 고위당국자는 리비아 외교 분쟁과 관련된 질문에 “리비아가 북한과 오퍼레이션(작전)이 좀 있었다. 무기도 좀 팔고…”라고 말한 바 있다. 다른 외교소식통은 “리비아 대사관에는 무관(국방부에서 대사관 등에 파견되는 군인)이 없다. 통상적으로 국정원 요원이 북한 방위산업과 관련된 정보를 취급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것과 관련해서 저쪽(리비아)에서 다른 방식으로 해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이 같은 언급은 천안함을 격침시킨 어뢰의 설계도를 제3국에서 얻은 바 있다는 천안함 민·군 합동조사단의 진술과 연관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제3국이 리비아였고 우리 정보당국이 북한의 어뢰 목록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다 리비아 당국과 충돌이 있었다는 의혹인 셈이다.
하지만 외교 당국은 이런 관측을 부정했다. 우리 외교부는 구씨 등의 구금과 리비아 대표부의 폐쇄도 외교 갈등과 무관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