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아동센터 운영평가 “현실 무시·일률 잣대” 졸속 논란

입력 2010-07-27 21:39


“안 그래도 열악한데 등수 매겨 지원 끊으면 아이들 어디로 가나요…”

강원도 고성군 A지역아동센터 대표인 이모씨는 센터를 운영하기 위해 하루 종일 피아노와 성악 레슨 같은 가욋일을 한다. 지난해 처음 실시된 보건복지부 지역아동센터 평가에서 하위 5%에 포함돼 매달 300만원씩 나오던 지원금이 올 들어 모두 끊겼기 때문이다. 돈이 빠듯해 한 명 있던 사회복지 교사도 해고했다.

복지부는 서비스 질을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지난해 10월 지역아동센터 3200여곳을 대상으로 이용 아동 현황, 시설 상황, 교육 프로그램 등 8가지 영역을 평가했다. 복지부는 평가에서 하위 5%를 받은 곳은 운영비 전액을, 5∼15%는 50%를 삭감했다. 전국적으로 지원금이 전액 삭감된 센터는 170여곳, 지원금이 줄어든 센터는 340여곳에 달한다.

A지역아동센터는 ‘이용 아동 현황’에서 나쁜 점수를 받았다. 지난해 평가 당시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등 빈곤층에 포함되지 않은 ‘일반 아동’ 5명을 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아이는 어머니가 가출해 아버지가 지방을 오가며 일하지만 부모가 혼인 상태라는 이유로, 또 다른 아이는 생계 능력이 없는 조부모와 함께 살지만 논을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일반 아동으로 분류됐다. 이 대표는 27일 “돌볼 사람이 없어 찾아오는 아이들을 우리 사정이 어렵다고 내쫓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충북의 B지역아동센터도 아동 현황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올해 지원금 절반이 삭감됐다. B센터에는 부모가 맞벌이하거나 학원에 갈 형편이 안 되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많았지만 이들 역시 일반 아동으로 분류됐다.

경기도 수원의 C지역아동센터는 교사 구성 영역에서 0점을 받아 지원금이 줄었다. 이곳은 운영금 부족으로 교사 한 명이 월급을 받지 않고 일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월급을 받지 않는 교사는 정식 교사로 볼 수 없다”며 0점 처리했다.

지역아동센터는 1980년대 도시 빈곤 지역에 생긴 공부방에서 출발했다. 그동안 저소득층, 차상위계층, 한부모·다문화 가정 아동을 돌봤다. 2004년부터 법제화돼 센터당 월 200만∼300만원씩 정부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운영비가 부족해 교사 평균 월급이 90만원을 밑돌고, 무보수로 일하는 대표도 1000여명에 이른다.

피해는 애꿎은 아이들에게 돌아갔다. 센터 운영이 어려워져 올 초에만 9곳이 문을 닫았고 정원을 줄인 곳도 수십곳이다. 마종렬 경기도 지역아동센터협의회장은 “지원금이 줄어든 센터 중에는 전기요금도 내기 어려운 곳이 많아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국의 3474개 지역아동센터 가운데 1760곳은 복지부 평가 방식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며 올해 평가를 거부키로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역아동센터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지를 제시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평가 기준을 정했다”며 “평가를 받지 않으면 불이익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