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연숙] 손님맞이
입력 2010-07-27 18:03
앞으로 몇 시간 후면 특별한 손님이 이곳, 출판도시를 방문한다. 그의 방문 시간이 가까워짐에 따라 한 치의 실수도 없어야 한다는 마음의 부담이 커진다. 그는 말레이시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 말레이시아에서는 공작의 작위를 가진 귀족이라고 한다. 출판도시에는 전직 대통령을 비롯해서 국내외 많은 인사들이 방문했지만, 왕족 국가의 귀족을 맞이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따라서 왕족 국가 특유의 의전을 비롯해, 말레이시아 음식, 풍습도 미리 알아두어야 하기에 준비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그가 출판도시를 방문하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그의 방문에 앞서 주한 말레이시아 대사관에서 사전답사를 위해 이곳을 다녀가기도 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출판도시와 같은 출판 산업도시 건설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건설 계획이 어느 단계까지 구체화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이번 방문을 통해 그는 출판도시 건설의 의미를 찾아가려는 것이다. 그가 출판도시에서 소기의 성과를 가져가고, 출판도시로서는 그에게 좋은 기억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그가 이곳 대한민국 파주를 찾는 데는 이유가 있다. 다름 아니라, 출판을 매개로 산업도시가 조성된 곳은 한국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영국, 일본, 독일 등 해외에도 책마을이라 불리는 곳들이 있다. 이들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출판사 또는 책방이 모이면서 자연스레 형성된 책동네로 민간주도형 국가산업단지로 조성된 출판도시와는 다르다. 따라서 출판도시 방문에 그와 말레이시아 교육부가 거는 기대를 짐작할 수 있다.
그의 방문을 준비하기 위해 보낸 시간들은 그야말로 숨 쉴 틈 없이 지나갔다. 처음에는 대사관을 비롯해서 여러 부처에서 그의 출판도시 방문 계획을 알려왔다. 이후 말레이시아 교육부 산하 번역원에서도 그들이 한국어로 번역 출판한 책의 출판기념회를 부총리의 출판도시 방문일정에 맞춰 이곳에서 갖기로 계획했다. 이로 인해 준비 과정이 더욱 복잡해졌다. 그의 방문이 코앞으로 닥쳤을 때는 말레이시아 현지 경찰을 비롯해, 국빈 경호관들이 방문하여 경호를 위해 이동 동선을 점검하고, 안전을 위한 협조사항들을 요청했다. 이와 함께 그와의 환담에 함께할 명단을 만들고, 그 명단을 말레이시아 측과 크로스 체크를 하다 보니 어느새 그의 방문이 오늘로 다가왔다.
출판도시 방문에 할당된 시간은 1시간 반이다. 이 짧은 시간 동안 20여 년간 출판도시를 조성해야만 했던 당위성과 의미, 과정을 압축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압박감을 버리고 그에게 이곳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게 그가 더욱 필요로 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 또한 든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일을 통해 얻은 크고 작은 결실들이 있다. 그 중 하나는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 각기 다른 생각을 교환하고, 조화를 이루어 하나의 일을 도모하는 기회를 가졌다는 것이다. 아무쪼록 이번 방문이 말레이시아에서 출판도시를 조성하는 것으로 결실을 맺기를 희망한다. 어느새 손님이 올 시간이 부쩍 가까워졌다.
김연숙(출판도시문화재단 기획홍보팀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