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 양극화, 시스템으로 풀어가야
입력 2010-07-27 18:05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대기업의 각성을 촉구하는 발언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지난주만 해도 미소금융 포스코지점을 찾은 자리에서 재벌계열 캐피털사의 고금리와 관련 “재벌이 일수 이자 받듯 하는 것은 사회 정의상 맞지 않는다”고 말했고, 이어 수석비서관회의에서는 “대기업이 투자를 안 하니까 서민들이 힘들다”고 질타했다. 요지는 대기업들이 경제성장 열매를 독식하면서 중소기업이나 서민을 위한 사회적 책무는 외면한다는 것이다.
부자정부라는 비난을 감수해가면서 감세와 고환율 등 비즈니스프렌들리 정책을 펴온 이 대통령으로서는 대기업들이 천문학적 수익을 올리면서도 일자리 창출이나 중소기업 지원 등에 적극 나서지 않는 데 대해 배신감을 느꼈을 듯하다.
대기업들은 대통령의 말을 새겨 들을 필요가 있다. 투자나 고용이나 할 만큼 했다며 볼멘소리를 하는 모양이지만 과연 상생의 의지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게 사실이다. 수조원의 현금을 쌓아놓은 채 임직원들이 달동네 연탄 배달하는 사진을 언론사에 배포하고 사회적 책무를 다했다고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중소기업과 기껏 상생경영을 선언하고도 실적에 따라 계열사 CEO를 평가하면 어느 멍청한 CEO가 협력업체들을 위해 이익을 나누겠는가.
대통령의 답답한 심정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구두로 개입하는 것은 썩 바람직하지 않고 실효성도 적어 보인다.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 지적대로 정권은 유한한데 정부가 하란다고 대기업들이 손해 볼 일을 목숨 걸고 할 리도 만무하다. 작금의 경제 양극화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제도나 시스템으로 풀어가는 것이 현명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의 불공정 관행에 대한 일제 조사에 착수한 데 이어 지식경제부가 중소기업에 대한 현장 실태조사를 거쳐 고강도 중소기업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한다.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다만 대책은 공정한 게임의 룰을 정해 경제의 내실을 다지는 데 초점을 맞춰야지 선심성이거나 즉흥적 정책이 돼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