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외교 역량 한계 드러낸 리비아 관계

입력 2010-07-27 18:59

한국 외교가 이곳저곳에서 낭패를 보고 있다. 천안함 외교전이 성공이라고는 결코 말할 수 없는 씁쓸함을 남긴 데 이어 경제관계가 깊은 리비아와는 국정원 직원의 정보활동 때문에 심각한 상황에 빠졌다. 문제를 풀기 위해 이상득 의원이 리비아를 방문했으나 냉대를 받았다고 한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정부 합동조사단 발표와 크게 다른 러시아 측 자료가 언론에 보도돼 외교부의 역량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리비아와 무엇 때문에 갈등을 빚는지 국민이 궁금해하는데도 외교부는 무조건 감추려는 자세로 일관했다. 그러다 보니 지난달 리비아에 유학 중인 선교사가 체포된 일과 관련 있는 듯한 인상을 주어 마치 기독교 선교가 문제를 일으킨 것처럼 오해하는 국민도 생겼다. 외교 사안의 민감한 영역까지 모두 공개할 건 아니지만 오해할 수 있는 여지는 두지 말아야 했다. 사실의 윤곽이 드러난 만큼 더 이상 의혹과 오해를 일으키지 말고, 리비아와의 신뢰회복을 위해 성심을 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러시아 해군 전문가 그룹의 천안함 검토결과 자료’라는 문건 보도에 대한 외교부 대응도 소극적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이 자료의 진위를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 설령 러시아에서 나온 자료라 해도 제목으로 보아 러시아 정부의 권위가 따르지 않는 비공식 의견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무조건 폄하한다고 해서 문건의 영향력이 희석되진 않는다. 시종일관 북한을 엄호한 중국과 달리 러시아는 조사단을 파견해 독자적 가설을 구성할 수 있는 자료를 모았다. 외교부가 우선 해당 국가에 경위를 알아보는 게 순서다. 해당 문건이 러시아 조사단의 공식 보고서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누가 만들었는지를 따져야 한다.

냉각된 한·중 관계도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 천안함 사건으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의문에 쌓인 때에 류우익 주중 대사의 존재감이 약한 것은 큰 문제다. 류 대사는 천안함 사건 직후인 4월 사적 업무를 위해 베이징을 비우고 나흘간 워싱턴에 머물렀다. 주중 대사는 외교 문외한이 감당하기엔 벅찬 자리다. 한·중 관계를 노련하게 미세조정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사람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