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염성덕] 오지 분교 어린이들
입력 2010-07-27 17:43
2003년에 개봉한 영화 ‘선생 김봉두’. 인기 배우 차승원이 주연을 맡은 김봉두는 교사 자질이 의심스러운 문제 선생이다. 툭 하면 지각하고 교재 연구보다는 술을 좋아하고 촌지를 요구하는 불량 교사다.
그는 돈 봉투 사건으로 인해 오지 마을 분교로 전근을 간다. 분교의 전교생은 달랑 5명. 1교시는 자습, 2교시는 미술, 3교시는 체육을 하면서 농땡이를 치고 수업을 하자고 조르는 학생들을 때리기까지 한다. 학생들에게 촌지를 기대하며 편지봉투를 나눠주고, 분교를 폐교시키려고 전교생을 전학시키려는 계획까지 짠다.
그의 일상을 보면 저런 사람도 교사인가 의구심이 들 정도다. 그런 김봉두가 산골 어린이들의 천진난만함과 순수함에 반해 변한다. 동심이 악덕 교사를 개과천선시킨 것이다.
반대로 동심을 멍들게 하는 교사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서울 동작구 한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오장풍’ 사건. 오장풍은 손바닥으로 때리면 어린이들이 바닥에 나뒹군다는 뜻에서 붙여진 폭력교사 오모씨의 별명.
오장풍은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으면서 초등학생의 뺨과 가슴을 때리고, 쓰러진 학생을 발로 차는 패륜적 행패를 부렸다. 얻어맞은 학생은 물론 폭행 장면을 지켜본 초등학생들도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을 것이 뻔하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해 국내 중·고교생 660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69.6%가 ‘교사로부터 신체적 체벌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10명 중 7명꼴이다.
하지만 교단에는 좋은 선생님도 많다는 사실이 학부모들을 안도하게 만든다. 경남 통영시 욕지면 연화도에 있는 원량초등학교 연화분교 이일웅 교사는 학생들의 멘토라고 한다. 지난해 3월 연화분교에 부임한 이 교사는 학생들의 비만 상태를 보고 체중 감량 프로그램의 하나로 유도를 가르쳤다. 전교생인 6명을 상대로 축구 농구 같은 단체운동을 할 수 없어서 개인종목인 유도기술을 가르친 것이다.
유도 5단인 이 교사의 도움으로 학생들의 기량은 날로 좋아졌고, 크고 작은 대회에서 상을 타기에 이르렀다. 이 교사는 27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학생들이 유도를 배우면서 표정이 매우 밝아졌고, 전국대회에 나가도 주눅 들지 않고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 가장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제자의 장기와 적성을 찾아내 이끌어주는 선생님이 학생들을 변화시킨다. 선생님의 따뜻한 말 한마디, 환한 미소, 칭찬이 어린 학생들에게는 특히 큰 힘이 된다.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