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권영종] 대중교통료에 소득공제를
입력 2010-07-27 17:45
꿈의 철도라고 불리는 고속철도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을 보노라면, 일본-프랑스-독일-스페인에 이어 세계 다섯 번째로 고속철도를 보유한 우리나라가 자랑스럽다. 그런데 우리 고속철도 KTX는 2004년 개통 이후 승객이 어느 정도 증가하다가, 2006년 이후 현재까지 하루 평균 이용객 10만명 선에서 머물고 있다. 일본의 경우 2500㎞에 이르는 고속철도 신칸센의 하루 평균 이용객이 100만명 수준으로 우리의 열 배에 달하며, 특히 1㎞ 당 이용객은 400여명으로 우리의 두 배 정도다.
일본의 신칸센 이용객이 이렇게 많은 데는 물론 신칸센 자체의 우수성과 신칸센과 연계하여 거미줄처럼 연결된 철도망에 주요한 요인이 있다. 더 주목할 것은 ‘입체도시계획제도’까지 새로이 도입하면서 복합적 철도역사와 고밀도의 역세권 개발을 통해 철도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이용객을 확보한 점이다. 특히 고속철도를 포함한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경우 통근비용에 대하여 월 10만엔까지 비과세하여 지원함으로써 장거리 신칸센 이용객이 획기적으로 증가되었다. 캐나다 미국 영국 등 많은 선진 외국에서도 세액공제, 소득공제 등 다양한 형태로 대중교통 요금을 지원하면서 대중교통 이용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10대 에너지 소비국이면서 전체 에너지의 97%를 해외 수입에 의존한다. 전체 에너지 소비의 21%가 교통부문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이 중 자동차가 교통부문 전체 에너지의 80%를 소비하고,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전체의 80% 이상을 배출하고 있다. 자동차에 비해 사회적 비용이 20분의 1밖에 되지 않는 철도의 이용을 활성화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인식을 토대로 앞으로 도로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철도 투자를 늘린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단순히 철도노선을 확충해서는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 주요 거점 역을 중심으로 연계 철도 및 버스 등 대중교통 노선을 집결시켜 교통수단 간 연계성을 높이고, 복합 고밀도개발을 유도하여 대중교통 접근성을 높여 이용객을 확보하여야 한다. 특히 요금에 대한 지원을 통해 중산층을 비롯한 서민들이 부담 없이 고속철도를 비롯하여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한국교통연구원의 설문 조사 결과, 대중교통 요금에 대한 지원은 특히 월 소득 300만원 미만의 중하위 소득계층에서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날 것으로 분석되었다. 사실 교통비는 2009년 도시근로자 가구 전체 소비지출액의 12.8%로 13.8%인 교육비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높은 실정이다. 교통비 부담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또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본격화되면 연간 300만 건의 장거리 출장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KTX를 포함한 대중교통 요금의 소득공제 도입은 그야말로 일석 삼조가 아니라 일석 오조 이상의 효과를 가져 올 것이 분명하다. 우선 대중교통 이용활성화를 통해 승용차 이용을 줄이면서 에너지 소비를 절감하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하며, 교통혼잡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다. 나아가 중하위 소득층의 가계비 지출에서 교통비 부담을 경감시키고 그만큼 구매력을 향상시켜 경기를 활성화시키며, 장거리 출장자 및 통근 근로자의 교통비 부담을 경감시켜 준다.
특히, 승용차 이용 억제를 위해 그동안 추진하지 못한 유류세 인상, 혼잡통행료 제도의 도입, 도심 주차료의 인상 등 교통수요관리 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대중교통 이용자에게 혜택을 주면서 자가용 이용을 억제하기 때문에 그만큼 명분도 있다.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대중교통 이용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어야 한다. 교통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에너지와 환경문제, 나아가 중하위 소득계층의 생활안정을 동시에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영종(교통연구원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