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독식 반도체 산업 대수술… 정부, 中企 키우는 ‘시스템 반도체’ 부문 적극 투자

입력 2010-07-27 22:10

정부가 국내 반도체 부문의 ‘산업 생태계’ 손질에 나섰다. 현재 대기업이 독식하는 메모리 반도체산업 대신 대·중소기업이 공생하는 시스템 반도체산업 육성에 2015년까지 1조5000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이 기간에 2만2000명의 신규 고용인력이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계획은 최근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성장할 수 있도록 산업 생태계 전략을 만들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와 일맥상통한다.

27일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 중소기업청 등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달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반도체산업 육성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들 3개 부처를 중심으로 한 정부 관계자들은 지난 19일 국가고용전략회의 실물경제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시스템 반도체 육성방안을 논의, 이 같은 내용을 사실상 확정했다.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시장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선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대만에 밀려 시장점유율 3%(지난해 기준)에 그치고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우리 반도체산업은 대기업 위주로 메모리산업에 집중돼 있다”며 “국내 자동차, 전자, 기계, 조선 등 시스템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기업이 많지만 국내 중소 규모의 칩설계전문업체(팹리스·Fabless)와의 공동 연구·개발에 소극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특히 시스템 반도체 시장 규모가 클 뿐 아니라 기술 발전에 중견·중소기업의 역할이 중요해 고용창출 효과가 높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2015년까지 시스템 반도체와 장비 분야에서 2만2000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시스템 반도체 산업의 핵심인 칩 설계전문기업 육성을 위해 대기업과 공동으로 2000억원 규모의 반도체펀드를 조성할 방침이다. 수요자인 대기업이 정한 제품사양을 보고 설계업체가 칩을 개발하면 수요기업이 이를 검증해 사들이는 방식으로 국내 대·중소기업 간 공생관계를 맺어 사업을 확장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2015년까지 세계 최고수준의 설계업체와 장비업체 30개사를 육성할 계획이다. 시스템 반도체 설계사업의 초기 시장진입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민·관이 함께 500억원을 들여 잠재력 있는 창업·초기기업의 연구·개발부터 판로개척까지 파격적으로 지원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Key Word-시스템 반도체

정보저장용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시스템 제어·운영을 담당하는 반도체. 휴대전화용 모뎀칩, 3D TV용 영상처리칩, 전기자동차용 엔진제어칩 등 첨단기기의 두뇌 역할을 한다.

정동권 이용상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