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시대의 원자력 발전] 프랑스 ‘핵연료 재활용 연금술’로 대박

입력 2010-07-27 18:35


3. 사용후 핵연료 어떻게 할 것인가

원자력발전 강국인 프랑스는 2차 세계대전 후 핵무기 기술을 바탕으로 일찌감치 원자력발전에 눈을 돌렸다. 1973년 오일쇼크 이후에는 이를 주력산업으로 키웠다. 프랑스의 원자력발전 시설 용량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전체 전력원에서 원자력의 비중은 76%로 단연 세계 1위다. 세계 최대의 전력 수출국으로서 연간 30억 유로(약 4조6000억원) 상당을 벌어들이고 있다.

원자력 강국을 가능케 한 요인 중 하나로 세계 최대 규모의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공장 ‘라아그’가 있다. 라아그는 프랑스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나오는 사용후 핵연료의 90%를 재처리함으로써 천연우라늄의 25%를 절약하고 최종폐기물을 줄이면서 연간 10억 유로 규모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라아그는 파리에서 북쪽으로 500㎞가량 떨어진 노르망디 해안에 자리 잡고 있다. 지난달 25일 라아그를 운영하는 프랑스 국영 원자력회사인 아레바의 크리스토페 느뇨 홍보실장의 안내로 현장을 방문했다.

원자력발전 연료는 우라늄 235(4.5%)와 우라늄 238(95.5%)로 구성된 500㎏의 연료봉이다. 원자로 1기에 보통 200개의 연료봉을 장착해 4년 정도 사용한다. 사용후 핵연료의 구성은 우라늄이 95% 안팎으로 줄어들고 플루토늄 약 1%와 핵분열 생성물 약 4%가 생긴다. 핵분열 생성물은 재처리가 불가능한 고준위폐기물이다. 세 물질을 분리하는 것이 라아그의 핵심공정이다.

플루토늄은 우라늄 일부와 혼합해 혼합산화물(MOX) 연료로 바뀌어 원자력발전에 다시 사용된다. 느뇨 실장은 “아레바의 자회사 멜록스에서 만든 MOX를 사용해 프랑스 전체 전력 생산량의 10%를 생산하고 10여 개국에 수출도 한다”고 말했다. 나머지 우라늄은 비축한다. 아레바에 따르면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하면 부피는 5분의 1로 줄어들고 독성(유해성)도 10분 1로 감소한다.

프랑스의 경우 일찌감치 재활용에 눈을 돌려 비용도 적게 들이고 시장을 선점했다. 지금 재처리 시설을 짓는 데는 막대한 자금이 들고, 안전성을 보장할 수도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본이 추진 중인 롯카쇼무라 재처리공장의 경우 2000년 완공예정이던 것이 17차례 연기된 끝에 올해 말에도 완공여부가 불투명하다. 건설비용도 당초 계획보다 3.5배나 늘어난 2조4000억엔(약 32조73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사용후 핵연료에서 분리된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직접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고속로 개발도 지지부진해 50년 후에나 상용화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원자력청(NEA)에 따르면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하지 않아도 확인된 가채매장량만으로 2050년까지 우라늄 공급은 충분하다.

현재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하는 국가는 프랑스 일본 영국 러시아 정도다. 러시아는 재처리와 직접처분을 병행하고 있다. 영국도 장기관리 정책을 재검토 중이다. 독일과 벨기에는 프랑스에 대한 위탁 재처리를 중단했다. 미국을 비롯한 나머지 국가는 모두 직접처분 방침을 갖고 있다.

74년 한국과 미국 사이에 체결된 원자력협정은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를 사실상 금지했다. 재처리과정에서 나오는 1%의 플루토늄이 핵무기 제조에 전용될 우려 때문이다. 2014년 3월이면 이 협정이 만료된다. 한국은 과연 재처리를 선택할 것인가.

셸부르(프랑스)=임항 환경전문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