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만 원유유출 100일째] 오바마, 중간선거 ‘기름’에 미끄러지나

입력 2010-07-27 18:01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원유유출 사태 이후 대응을 잘못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와 ABC방송이 지난주 이번 사태에 직접 영향을 받고 있는 앨라배마,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플로리다 4개주의 해안가 거주 주민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잘못 대응하고 있다’가 73%로 나타났고, 이 중 59%가 ‘아주 잘못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대부분은 주정부보다 연방정부 대응이 훨씬 잘못하고 있는 것으로 인식했다.

지난 6월 7일 전국적인 조사에서는 ‘연방정부가 잘못 대응하고 있다’가 69%였다. 이는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발생 때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받았던 62%보다 더 부정적 응답이다. 원유유출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오바마 대통령의 아킬레스건(腱)이 돼가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나 백악관은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고’라는 표현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BP 원유유출 사건’이란 말을 쓴다. 책임을 BP 쪽에 떠넘긴다는 차원인데, 그만큼 정치적 악재임을 간접적으로 인정하는 모양새다.

원유유출에 대한 미국민의 분노는 사건 자체보다도, 이후 대응 과정에 쏟아진다. 초기 대응 과정에서 백악관과 연방정부는 이 문제를 그다지 심각히 다루지 않았다. 또 유출량이나 피해규모 발표 내용이 자주 달라지면서, 여론은 정부나 BP 측이 뭔가 숨긴다는 쪽으로 흘렀다. 정치적 위기감을 느낀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6월 16일 취임 후 처음으로 집무실인 오벌오피스 대국민 연설을 갖고 전력 대응을 강조했다. 오벌오피스 연설은 쿠바 미사일 위기,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 9·11테러 등 역대 대통령들이 국가적 중대사안이 발생했을 때 국민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 하던 연설 형식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현직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29일 ABC방송 토크쇼 ‘더 뷰(The View)’에 출연, 원유유출 사태와 중간선거 등에 대해 얘기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멕시코만 지역을 4번이나 방문했고, 이번 여름 가족휴가도 그곳으로 갈 예정이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