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만 원유유출 100일째] 최악의 검은 재앙… ‘바다의 킬링필드’는 진행 중

입력 2010-07-27 21:52


‘멕시코만 일대는 킬링필드가 될 수도 있다.’

최근 워싱턴포스트(WP)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원유유출 이후 생태계 영향 등을 분석하며 내린 결론이다.

멕시코만에서 영국 석유회사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의 시추시설 ‘딥 워터 호라이즌(Deepwater Horizon)’이 폭발해 시커먼 원유가 유공(油孔)에서 콸콸 솟아 나온 지가 28일로 딱 100일째다. 3개월 만인 지난 15일 BP의 임시 원유유출 차단돔 설치로 일단 유공은 봉쇄됐다. 그러나 아직은 완전히 차단됐는지는 알 수 없다. 다른 쪽에서 또 새는 곳이 있는지, 유공 압력이 얼마나 되는지 등 지켜봐야 할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사상 최악의 환경 재앙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피해 규모는=원유유출 사고대책을 총괄하고 있는 미 해안경비대는 원유유출량을 540만 배럴로 추산하고 있다. 태안 앞바다 유출량이 7만8000배럴이었고, 최악의 원유사고였던 1989년 알래스카의 엑손발데스호 사건 때가 26만 배럴이었다. 단순 비교로도 엑손발데스호 사건 때보다 20배나 많고, 멕시코만 해안 일대로 기름이 밀려들어 경제적 피해는 수백억 달러에 이르는 천문학적 규모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주 차단돔 설치로 외견상 기름띠는 현저히 줄고 있다. 원유유출 공동대응센터는 지난 22일 그동안 폐쇄됐던 멕시코만 해역 중 약 30% 정도인 6만8344㎢에서 어획 재개를 허용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1만5000㎢가 방재 수역으로 지정돼 있고, 플로리다주에서만 65㎞의 해안가에 걸쳐 수영금지 구역이 설정됐다.

BP 측은 유출된 원유 540만 배럴 중 260만 배럴이 증발했고, 100만 배럴을 회수했으며, 25만 배럴을 태웠다고 밝혔다. 아직도 155만 배럴 정도가 멕시코만 일대에 떠다니며 루이지애나·플로리다·앨라배마 주 등의 해안가를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 여행협회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멕시코만 일대 5개주의 관광산업 피해는 227억 달러(27조 2400억원)에 이른다. 5개주에서 지난해 관광객이 뿌린 돈은 340억 달러였고, 관련 일자리는 40만개나 된다. 관광산업이 단기간에 회복되기는 어렵고, 이 같은 피해가 최소 4년 이상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피해 보상액은 최대 1000억 달러(약 120조원)가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BP는 200억 달러 규모의 피해보상기금을 우선 내놨지만 관련 소송이 1500건을 넘어선 상황이다. 소송 주체도 어민들은 물론 스트립쇼 댄스클럽, 뉴욕과 오하이오주 연기금 등 사건 규모만큼이나 다양하다. 이런 탓에 자산 2600억 달러(약 310조원)를 가진 BP가 파산하거나 다른 기업에 인수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생태계 파괴가 더 큰 문제=해안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향후 수년, 수십년 동안 미칠 재앙이 너무 클 것으로 예상돼 누구도 단언할 수 없는 형편이다. 눈에 보이는 기름띠 같은 피해는 극히 일부분이라는 점에 거의 모든 환경 전문가들이 동의한다. 심지어 해양생태 전문연구기관인 ‘블루오션인스티튜트’는 미 의회 청문회에서 이번 사태로 캐나다 동쪽 끝 뉴펀들랜드섬의 철새 서식지가 텅 비게 되고, 유럽과 북극의 해양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면 아래 수백m 해저생태계도 장시간에 걸쳐 파괴될 것으로 예상됐다. 현재로선 파괴 규모나 그 영향으로 나타날 현상에 대해 해양과학자들도 쉽게 판단하길 자제하고 있다. 해저생태계의 대재앙을 추정하기엔 너무 이르다는 것이다. 또 다른 큰 문제는 기름용해제이다. 많은 과학자들은 기름띠 청소를 위해 살포한 기름용해제가 원유보다 해양생태계에 훨씬 더 치명적이라고 말한다. 용해제는 이번 방재 작업에서 대규모로 사용됐다.

원유가 해안가로 들이닥쳐 해안생태계를 파괴하는 걸 막기 위해 루이지애나 주는 육지에서 25㎞ 이상 떨어진 곳에 인공 모래섬 조성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인공모래섬으로 원유나 오염된 물질들을 흡수하게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광범위한 기름띠에 비해 모래섬은 한낱 점에 불과해 효과는 미지수다. 일부 과학자들도 그다지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견해를 보였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