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파견 국정원 요원, 스파이 혐의로 추방당해
입력 2010-07-28 00:30
리비아에서 활동하던 국가정보원 요원이 스파이 혐의로 현지 정부에 의해 추방당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이 대통령 특사자격으로 현지 당국과 협상을 벌였으나 실패했으며, 현재 국정원과 리비아 정보당국 간 협의가 진행 중인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27일 “주 리비아 한국대사관 소속 정보 업무담당관(국정원 파견인원)의 현지 정보활동과 관련해 리비아 당국이 이의를 제기해 양국 간 이견이 발생했다”면서 “양국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국정원의 활동 내용과 리비아 정부가 문제 삼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외교 소식통은 “정보담당 직원이 (리비아와) 북한과의 방산협력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다”면서 “정보활동에 대한 평가와 해석에 있어 양국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리비아 당국은 지난달 15일 해당 국정원 요원에 대해 우리 정부에 ‘페르소나 논 그라타’(기피 인물) 통보를 해 왔으며, 이 요원은 지난달 18일 한국으로 들어왔다. 또 해당 요원은 외교관 신분으로는 이례적으로 리비아 당국에 구금돼 조사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외교관이 추방된 것은 1998년 7월 한·러시아 외교관 맞추방 사건 이후 두 번째다.
이 소식통은 또 “이상득 의원이 지난번(6∼13일) 리비아를 방문해 이 문제를 리비아 당국과 협의했고, 우리 정보당국이 20일부터 리비아 당국과 현지에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23일 주한 리비아 경제협력대표부가 한국 정부에 통보도 없이 철수했고, 한국인 선교사 구모씨와 교민 전모씨가 각각 지난달 16일과 이달 17일 석연치 않은 이유로 체포돼 리비아 당국에 장기 구금되고 있지만 한국 정부에 영사접근이 허용되지 않아 양국 관계에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리비아는 우리 정보당국의 활동에 대해 잘못을 시인해야 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우리 정부는 통상적 정보활동에 불과했다며 리비아 정부를 설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